[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로 간병노동자의 현황이 수면위로 올라왔다. 이들에 대한 감염 안전대책도 부족하고, 임금체불 등 부당한 경험도 자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간병서비스는 수술 등 입원환자에게 제공되는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병원 간호 인력이 부족한 조건에서 간병사는 간호행위 일부까지 담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공식 영역에 머물러 정부도, 병원도 간병 받을 환자권리와 간병사의 노동권에 대해 아무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간병사들은 주장한다.
실제로 간병사들의 70%가 간병소개업체 알선을 통한 고용업체를 유지하고 있어 정부의 어떤 통계 자료에서도 간병노동자의 실태 파악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다 보니 사회보장법에서도 제외돼 시럽상태에 대한 구제가 불가능하고 파견업체에 대한 관리 규정, 업체 설립기준 등에 대한 단속 및 처벌기준이 부재한 상황이다.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최근 서울·대구 국공립병원 및 요양병원 간병노동자 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간병노동자들은 ▲임금체불 ▲간병업무 중 사고 시 간병노동자에게 전가 ▲우울증 ▲휴게시간 및 휴게공간 부재 ▲식사시간 및 식사공간 부재 ▲일자리 불안정 ▲성희롱 ▲폭언/폭력 등을 다수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감염에 대한 위기 ▲공적 마스크 부재 ▲업무상 질병 등 산업재해 및 업무상 질병에도 속수무책이라고 밝혔다.
간병사들은 대개 병원에서 주6일 연속근무를 하게 된다. 업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먹고 자는 모든 생활을 병원에서 하고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24시간 내내 눈도 제대로 못 붙이고 간병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욕창’ 등을 막기 위한 체위변경 등으로 근골격계에 큰 부담이 되는 업무를 주로 하고 있다. 병원 내 간병인을 위한 탈의실·휴게실·샤워실 등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고, 좁은 보호자용 침대에서 쪽잠을 자야 해 제대로 된 수면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17년간 간병 일을 해온 문명순 서울대병원 희망간병 사무장은 “환자의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는 보람으로 많은 시간을 버티며 살아왔다”면서도 “이렇게 고된 병원 간병생활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환자를 돌보다 전염병에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보도된 간병사들의 감염사례는 이전에도 존재했다. 병원에서 환자로부터 감염돼도 병원은 우리를 책임져주거나 걱정해 주지 않는다. 감염성 질환을 가진 환자를 간병할 때도 간병사들에게 알려주지 않아 환자에 대한 2차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옥자 의료연대본부 청주시립요양병원분회장은 “24시간 격일제 근무를 하고 있지만, 임금은 최저임금으로 24시간 중 13시간만 근무시간으로 잡고 휴게 시간을 병실에서 대기하는 11시간을 무급으로 보고 있다. 병원에서는 간병 인건비가 높게 잡혀 적자라서 외주를 줘야 한다고 수시로 협박 아닌 협박으로 일자리를 위협받으며 불안하게 근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휴식다운 휴식을 하는 건 어렵다”며 “산재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혜택을 받기 어렵다. 사측의 눈치도 보이고 동료들에게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어 산재 신청은 상상하기 어렵다. 직원들의 정신적·육체적 건강관리는 누구도 배려해주지 않는 게 간병노동자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자원연구원은 간병노동자들의 노동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 ▲병원에서 간병노동자의 감염 예방과 안전에 대한 책임질 것 ▲국가적 감염병 사태에서 간병 현장 업무지침 마련 ▲간병사 규모·노동조건·취업형태·안전관리 등 공식적인 조사 실태 파악 실시 ▲장시간 노동 근절, 인력배치기준 마련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고용, 산재보험 도입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24일 국회도서관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공동주최한 ‘간병노동자 노동인권 실태 및 개선방안’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수진 의원은 “간병노동자가 정식 노동자로 인정받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게 하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다른 상임위로 가게 됐다”면서 “간병노동자들이 그림자 노동으로 취급받는 현실에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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