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믿고 더블로 가!”…개미투자자의 무덤, ‘주식 리딩방’

“나 믿고 더블로 가!”…개미투자자의 무덤, ‘주식 리딩방’

기사승인 2020-06-25 06:40:00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하루 수익률 100%, 한 달 수익률 1000% 보장, 자칭 ‘주식 전문가(리더)가 넘쳐나는 주식 리딩방이 흔히 제시하는 단골 문구다. 이같은 리딩방 여러 곳에 기자가 직접 들어가 봤다. 약 한 달간 리딩방을 관찰한 결과, 주식 리딩방에는 주식을 잘 모르지만 수익을 내고 싶은 초보 개미들과 이들을 모아 이윤을 얻으려는 이들이 넘쳐났다. 리딩방을 통한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자 금융당국에서도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 수익 100% 보장…주식 리딩방, 그들은 이렇게 유혹한다

“믿고 따라오는 게 중요합니다. 무조건 믿고 매수하세요, 제 말만 잘 듣고 따라오시면 하루 최대 수익률 100% 이상도 문제없습니다”

투자는 신앙이 아니건만, 맹목적인 믿음을 강조하는 멘트. 주식 리딩방에서 ‘자칭’ 투자전문가들이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권유하며 사용하는 말이다. 최근 카카오톡이나 텔레그램 등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종목 매매를 권하는 주식 리딩방이 급증했다.

리딩방에는 대체로 주식을 처음 시작하는 ‘주린이(주식과 어린이의 합성어)’들이 많이 유입된다. 투자 방법이나 종목 분석이 생소하니 최소 수십, 수백 퍼센트에 달하는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문구에 현혹되어 정보를 얻으러 오는 것이다.

리더들은 방에 모인 이들에게 증시가 시작되기 전후로 특정 종목을 권유한다. “OOO종목, 매수가 4500원, 비중 30%” 등으로 권하는 식이다. 이들이 추천하는 종목들은 대체로 시장 이슈를 타고 있는 테마주였다. 해당 종목에 대한 반복적인 분 단위, 시간 단위 단타를 통해 수익을 낼 것을 종용한다. 장기보유할 가치주나 성장주에 대한 추천은 하지 않았다

리더들은 정기적으로 방을 정리했다. 종목 추천과 매매 권유 이력이 남은 방을 없애고, 새로운 방을 만들어 주기적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거쳤다. 유료 결제 입장 권유는 통상 이 방 정리 과정에서 일어난다. 일부 무료 리딩 체험을 통해 수익을 보게 한 후, 유료 서비스 이용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1대1 개인 리딩, VIP방 수수료는 최소 수십, 최대 수천만원에 달한다. 잠시 맛본 수익률에 혹해 유료서비스를 이용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원금과 수수료를 모두 잃는 일이 빈번히 벌어진다. 최근 금융당국이 집중 단속을 예고한 이유다.

일부 리딩방 리더들은 자신들은 유료 권유방과 다르다며 차별성을 강조한다. 선량한 의도에서 무료로 수익을 내게 돕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료 봉사를 자처하는 이들도 전혀 수익을 보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종목 추천 중에는 거래량이 현저히 적은, 생소한 종목이 올라오기도 했다. 리딩방 운영에 관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수법은 리더의 시세 차익을 위해 일반 투자자를 동원하는 방식이다. 리더가 저가매수 해둔 종목을 급등 예정주라며 참여자들에게 권하고, 주가가 오르면 팔아 수익을 남기는 식이다.

또 종목 추천을 하는 과정에서 점차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은근슬쩍 HTS 대여 유료 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하기도 했다. 수수료를 납부하면, 리더 측에서 보유한 HTS를 통해 거래를 하고 수익금을 이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주식리딩방의 ‘
자칭 전문가들과 조력자들...그들은 누구?

문제는 주식 리딩방의 리더들이 대체로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실제 이들은 대체로 금융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처럼 소개했지만 ‘자칭’일 뿐이었다. 기자가 보다 구체적인 금융투자 관련 경력 증명이나 종목 추천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해달라 요구하면 '물을 흐린다'며 방에서 추방당하기 일쑤였다.

리더들이 운영하는 리딩방의 형태와 규모는 매우 다양했다. 대규모 단톡방의 평균 인원은 1000명에서 1500명 사이. 한 명의 방 운영자가 동시에 2~3개 이상의 리딩방을 운영하고 있기도 했다. 동일 종목을 두고 각 방에 매매 지도를 하고, 참여자들을 통해 시세를 움직이는 셈이다.

작은 규모의 방에서는 보다 집중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졌다. 소규모 리딩 방의 경우 인원은 10인 안팎이다. 평균 인원은 운영자 1~2명과 일반 참가자 8~9인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일반 참가자로 보이는 이들 중에는 리딩방 운영자의 조력자가 포함된다. 운영자의 조력자들이 수익을 낸 듯한 사진을 올리면서 일종의 ‘바람잡이’ 역할을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자극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5만원권 현금이 한가득 쌓인 사진을 제시해 다른 이용자들의 서비스 이용을 부추기고, 채팅방에 머물 유인을 제공한다.

리딩방 유료서비스를 이용했던 한 이용자는 “다른 사람들이 돈뭉치를 매일 올리는 것을 보고 나도 빨리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데 실제로 유료 서비스를 이용해보니 다른 사람들만큼의 수익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손해만 봤다”고 털어놨다.

또 그들이 신뢰를 주기 위해 운영하는 회원가입용 사이트는 자주 문을 닫았다. ‘체계성과 신뢰’를 강조했지만, 운영 서버는 끊임없이 명칭을 바꿔가며 새로 만들어지고, 다시 폐쇄되어 사라지길 반복했다. 
◆ “현혹되지 마라…피해 속출하는 불법의 온상

주식리딩방을 중심으로 피해가 속출하자, 금융감독원이 경고와 감독에 나섰다. 금감원은 주식 리딩방 운영자가 인가받은 금융회사가 아니며, 각종 불법행위에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리딩방에서 권유하는 유료서비스에는 불공정 계약 사례가 넘쳐난다.  ‘고급 투자정보’를 미끼로 유료회원 계약 체결을 유도한 뒤, 이용료 환급을 거부·지연하거나 위약금을 과다 청구하는 식이다.

또 리더들이 흔히 하는 1대1 주식 매매 추천 행위도 ‘무등록 투자자문’ 행위로 명백히 자본시장법에서 금하는 행위다. 개별 투자자문을 제공은 법에서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전문인력 등 요건을 갖춘 투자자문업자에게만 허용된다. 금감원은 리딩방 운영자가 전문적인 투자상담 자격을 검증받지 않아 투자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높고, 손실발생 시 손해배상 청구도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더들의 주가조작을 통한 불법 차익 획득도 흔하다. 추천 종목을 미리 매수한 후, 리딩방에 모인 수천 명의 투자자들에게 매수를 권유해 주가를 올리고, 이득을 얻는 방식이다. 자짓하면 리딩방 운영자의 매매 신호를 따라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도 주가조작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 주가조작은 징역 1년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범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리딩방에서 고급 정보를 준다, 무료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들어가서 투자에 동조했다가 원금도 잃고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며 “투자가 처음이라면 더욱 정식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들을 이용함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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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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