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응수가 촬영장에서 바보를 연기하는 이유

[쿠키인터뷰] 김응수가 촬영장에서 바보를 연기하는 이유

김응수가 촬영장에서 바보를 연기하는 이유

기사승인 2020-06-25 08:03:00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 =배우 김응수는 최근 가장 뜨거운 흐름 속에 있는 연기자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영화 ‘타짜’ 속 대사 ‘묻고 더블로 가!’가 재조명됐고, 최근엔 드라마 주연을 맡아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를 선보였다. MBC 수목극 ‘꼰대인턴’에서 김응수가 연기한 이만식은 명예퇴직 후 경쟁사에 시니어 인턴으로 입사해, 전 회사에서 자신이 무시했던 가열찬(박해진)을 상사로 만나 변화하는 인물이다. 드라마에서 중년 배우가 주로 맡는 기능적인 역할이 아닌, 주체적으로 작품을 끌고 가는 캐릭터였다. “벌써 또 한 작품 끝났구나 싶어요. 지난 2월에 촬영을 시작해, 어제 마무리했죠. 긴 시간 동안 한 번도 문제가 없었던 현장이에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고 나서, 모두 눈물을 참기 위해 서로의 얼굴을 못 보더라고요.”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24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응수는 이같이 말하며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유독 좋았던 현장 분위기의 비결은 연장자가 무게를 잡지 않는 것이다. 김응수는 함께 하는 후배 연기자나 제작진에게 “편하게 하라”고 말을 하기보다,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긴장감이 없어야 좋은 연기, 좋은 장면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선배 배우인 박근형과 함께 연극을 하면서 배운 자세다.

“현장에선 바보처럼 구는 편이에요. 먼저 나를 낮추고 농담하다 보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웃다가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죠. 내가 무게를 잡는 순간 현장은 얼어붙어요. 호흡을 맞추는 박해진 씨에게도 ‘편하게 하라’고 말하는 대신, 내가 웃고 떠들며 편한 사람임을 보여줬죠. 현장 스태프들의 이름도 꼭 외워서, 이름을 불러줘요. 내가 그렇게 하는 목적은 하나예요. 팀워크가 좋아야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김응수는 ‘꼰대’와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드라마 초반의 이만식은 중년의 ‘꼰대’ 그 자체였다. 직원들에게 ‘막말’을 일삼는 것은 물론, 타인의 공을 가로채고, 과는 타인에게 돌렸다. 김응수는 이만식을 연기하기 위해 “군 생활의 기억을 떠올렸다”고 귀띔했다.

“저는 1%도 꼰대가 아닙니다.(웃음) 그런데 이만식 그 자체였다고 하니, 어떤 양면성이 저에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수직적인 구조의 사회에서 ‘꼰대’를 여럿 봐왔죠. 특히 이만식을 연기하면서 군 생활했던 기억을 자주 끄집어냈어요. 일종의 경험 부활이죠. 실제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맹세하고 다짐해요. ‘부모나 선배라는 이유로 타인의 인생에 간섭하거나 참견하지 않겠다’고요. 많은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지만, 연기에 대한 조언도 해 본 적 없어요. 아쉬운 점이 있어도 지켜 보자는 입장이죠. 우리 사회도 점점 이런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긍정적인 변화죠.”

‘꼰대’가 아닌 어른 김응수가 돌이켜 보는 ‘나 때’는 어떤 모습일까. 그는 “참고 견뎠다”는 말로 한때를 정리했다. 서른다섯 살에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했고, 60대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는 포기하지 않은 끝에 찾아온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극할 때 연봉이 30만 원이었어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내가 꿈을 포기하는 순간 꿈도 나를 버리고 도망가죠. 잘된 사람들의 비결은 특별하지 않아요. 포기하지 않는 거죠. 사실 저는 나이 먹는 게 정말 행복해요. 이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겠어요. 젊은 시절 불안함을 안고 있었을 때와는 다르죠. 그래도 여전히 공부하려고 해요. 배우고 잊어도 또 배우는 거죠. 배우는 평생 배워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inout@kukinews.com / 사진=MBC 제공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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