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선·화] 보랏빛 선미

[블·선·화] 보랏빛 선미

보랏빛 선미

기사승인 2020-07-03 07:30:12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빨강도 파랑도 아닌, 두 색을 합친 보랏빛. 누구도 아닌 가수 선미가 스스로 만들어 낸 색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를 보였던 선미의 발걸음은 이번에도 새로운 곳으로 향했다. 지난달 29일 선미가 발표한 신곡 ‘보라빛 밤’은 그가 그간 노래로 말해온 사랑과 다른 결을 지녔다. 또 한 차례 파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선미는 초여름 저녁 보랏빛 하늘 같은 노래를 세상에 내놨다. 사랑에 대한 냉소가 아닌 사랑에 빠진 순간의 설렘이 담긴 노래다. 이 계절에 편히 듣기 좋은 음악이다.

시선은 다르지만, 선미 만의 분위기는 여전했다. 복고풍 멜로디를 몽환적이면서도 세련된 방식으로 풀어냈다. 특히 선미가 직접 쓴 노랫말엔 그의 색이 짙게 묻어난다. 선미는 작사에 참여한 전작들처럼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표현을 사용해 ‘보라빛 밤’을 그려냈다. 많은 단어를 나열하지 않으면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은 선미표 가사의 특징이다.

시작점은 ‘가시나’다. 선미는 2017년 오랫동안 몸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고 현 소속사로 이적해 3년 만에 솔로 곡을 냈다. 당시 선미는 이미 ‘24시간이 모자라’(2013)와 ‘보름달’(2014)을 연달아 성공시켰지만, 환경을 바꾼 후 본격적으로 솔로 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한몸에 받았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가시나’는 발매 직후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고, 꾸준히 사랑받았다. ‘왜 예쁜 날 두고 가시나.’ 대중은 ‘가시나’의 강렬하고 명확한 가사와 퍼포먼스를 통해 선미가 스스로 만들어 갈 세계의 방향성과 색채를 눈여겨보게 됐다.

‘가시나’를 선보이며 “믿고 듣는 가수가 되고 싶다”던 선미의 바람은 ‘주인공’ 이후 더욱 구체적으로 발전했다. 선미는 ‘주인공’ 곡 작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에 ‘가시나’의 프리퀄 성격을 부여하는 아이디어를 내고, 자신의 음악 세계의 서사를 이어나갔다. 선미는 사랑이 끝나더라도 쇼는 계속돼야 한다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며 “선미라는 이름을 듣고 떠오르는 것이 분명했으면 한다”는 음악적 포부를 내비쳤다. 


계속되는 쇼에서 선미는 더욱 확실한 자신의 색을 찾아냈다.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사이렌’은 선미의 취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업물이다. 선미가 직접 가사를 쓰고, 공동 작곡한 ‘사이렌’은 바다에서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을 유혹해 침몰시키는 신화 속 존재 사이렌과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다. 이 곡에서 선미는 ‘네 환상에 아름다운 나는 없어’라고 경고한다. 타인이 요구하는 아름다움의 기준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나가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지난해 발표한 ‘날라리’는 ‘가시나’-‘주인공’-‘사이렌’으로 이어지는 3부작과 싱글 ‘누아르’ 등으로 구축한 ‘선미팝’을 화려하게 펼쳐 보이는 결과물이었다. 북미투어 도중 멕시코 관객이 흥에 겨워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고 곡의 영감을 떠올렸다는 선미는 음악에 태평소 연주를 더하고 그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아니에요 날라리 맞으면 뭐 어쩔 건데’라는 가사에선 자신에 대한 정의를 되묻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선미는 ‘날라리’를 발표하고 취재진과 만나 팬들이 이름 붙여준 ‘선미팝’을 언급하며 “아직 나만의 장르를 구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꾸준히 나의 음악을 계속할 것”이라며 “늘 나를 가감 없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극단의 색을 더한 보랏빛으로 사랑의 설렘을 노래한 선미의 다음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우리는 선미의 세계, ‘선미팝’의 완성 과정을 지켜보는 중이다.

inout@kukinews.com / 사진=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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