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더 있다? 불안한 속사정...증권업계 “사모펀드 사고, 또 터질 것” 

'시한폭탄' 더 있다? 불안한 속사정...증권업계 “사모펀드 사고, 또 터질 것” 

기사승인 2020-07-20 06:10:09

여의도 증권가 /사진= 곽경근 대기자
[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아직 안 터진 폭탄은 분명 더 있다.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내가 적극 권유해서 팔았던 상품에서 문제가 터지면 어쩌나…”

서울 분당구의 증권사PB(프라이빗뱅커) A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내려온 상품 판매 지침, 설명서를 벗어나서 직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상품 판매서에 나온 대로 충실히 강조했다가 나중에 내 고객이 ‘사기였느냐’며 가슴 칠 것을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하다. 차라리 금융당국 전수조사가 제대로, 빨리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임·옵티머스, 디스커버리 사태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는 ‘사기·불법’으로 묶일 사안이 더 나올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계약 조건, 상품 판매 내용과 다른 운용이 드문 일은 아니다.

전직 사모펀드 운용사 직원 B씨는 “물론 건전하게 운용되는 곳이 더 많다. 다만 다들 1만 개 이상의 사모펀드 중 라임, 옵티머스 같은 사례가 또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업계에서는 안다. 모집 시 내걸었던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고객이 모르는 사이 자산 교체가 이뤄지고 수익이 나면 문제없이 덮고 넘어간 사례가 한둘이 아닐 거다. 대책 없이 규제가 완화된 지 수년. 문제가 터질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터지는 사모펀드 문제에도 특징이 있다. 특히 개인이 투자한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개인 고객에게 가는 사모펀드 상품의 '품질'을 거론했다.

좋은 투자상품은 금융기관 등 법인 고객을 위주로 제공된다. 법인 고객 선에서 거절된 상품들이 개인 고객을 상대로 풀리기도 한다. 법인이 별로라고 하면 개인고객 리테일 시장으로 나온다는 것.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의 경우에도 기관 비중은 크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고객 대상 판매 상품은 위험 대비 수익률이 안 좋은 것이 있다. 그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할 가치가 없으니 법인이 물러섰을 가능성이 높다”며 “크림과자에서 크림은 다 걷어가고 남은 과자 조각만 개인에게 넘어가는 셈인데, 그 과자의 품질 보장에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와 업계의 불안감이 계속 높아지는 가운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지 못하고 있다. 잇단 사고에 급히 사모펀드 전수검사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검사 한계가 있어서다. 검사 대상 사모펀드 운용사는 230여 곳, 사모펀드는 약 1만여 개에 달한다. 의심 징후가 포착된 곳을 위주로 검사한다는 입장이나, 이후 우선순위 선정·조사 인력의 한계 문제 등에 봉착했다.

또 조사 속도가 추후 터질 사고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현 상황의 대안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자본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후규제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사전규제와 모니터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효율적 대안은 사후규제다. 처벌 강화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민사상, 징벌적 과징금 등을 더 수위를 높여서 억제력을 키우는 게 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ysyu1015@kukinews.com
지영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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