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적정 수혈’에 대한 의료인과 국민들의 인식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참고로 환자혈액관리(PBM)는 크게 ▲환자 스스로 혈액 생성을 촉진하도록 해 수혈을 최소화 ▲수술시 환자의 출혈을 최소화 ▲수술이 끝난 이후에 환자의 혈액량이 적어도 생리적 보전능력을 향상시켜 집중관리하는 것으로 나뉜다. 보건당국과 대한수혈학회가 지난 2016년 수혈가이드라인을 개정(4판)한 이후 시행한 설문조사에서는 의사들의 80%가 지침을 따르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대체로 관행적(선배로부터 배운 대로)인 이유 혹은 저렴한 가격 등을 이유로 불필요한 수혈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혈을 최소화했을 때 나타나는 이점을 아는 이도 많지 않다. ‘적정 수혈’에 대해 설명하는 의료진이 드물기 때문에 환자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고도 권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피는 한 팩에 5만원이 조금 넘고, 보험이 적용되면 본인부담금은 그 절반도 안 되는 반면 수혈 최소화를 위해 주입하는 철분제 등의 가격은 비급여로 분류돼 금액부담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헤모글로빈 수치 확인을 위해서는 환자 모니터링에 필요한 시간과 인력이 더 필요한데, 현재 수가에서 의료기관이 인력을 더 투입하긴 쉽지 않다.
그렇지만 급여 확대나 수혈 가이드라인 개정이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아니다. 순서를 따지자면 인식부터 개선해야 한다. 적정 수혈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다면 혈액을 사용하는 의료현장에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환자들이 요구하고 의료진도 더 좋은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급여 확대나 수가 신설을 얘기할 수 있다.
커피수혈, 여행수혈 등의 유행어가 만들어질 만큼 수혈은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가 강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홍보 정책은 거의 전무하다. ‘적정 수혈’을 아는 환자가 없는데 환자혈액관리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까? 의료진들의 참여를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적정 수혈의 필요성에 대해 알리는 노력이 조금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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