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미스터트롯’ 서울 공연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계획대로라면 지난 4월 공연이 열려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최가 네 번이나 연기됐다. 지난달 말엔 공연 개막을 사흘 앞두고 관할 구청인 송파구가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제작사와 송파구청 사이에 법정 다툼까지 가는 마찰도 빚어졌다. 결국 송파구가 ‘대규모 공연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완화해 개최가 성사됐다.
제작사는 송파구 방역지침에 따라 플로어석은 한 자리씩, 1층과 2층 객석은 두 자리씩 띄어 앉는 식으로 좌석 간 거리를 뒀다. 이로 인해 관객 수도 기존 1만5000여명에서 5000명 미만으로 줄었다. 공연 중 함성을 지르거나 구호, 떼창을 외치는 것도 금지됐다. 올림픽공원을 운영하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쪽에서도 50명 규모의 비상대응반을 꾸려 관객들에게 거리 두기를 안내하고 공연장 내외부를 상시 소독하는 등 방역에 나섰다.

“제가 원래 빌리 아일리쉬 ‘찐팬’이었거든요. 그런데 ‘사랑은 눈물의 씨앗’을 듣고 동원 왕자님한테 빠졌어요. 호호.”(바다해)
“울산콘과 부산콘을 예매해놨는데 무기한 연기돼서 급하게 서울 공연에 오게 됐어요. 대학생인 딸이 PC방에서 티켓팅했는데, 주변 사람들 전부 부모님 때문에 ‘미스터트롯’ 콘서트를 예매하고 있었대요.”(하니짱)
공연장엔 40·50·60대로 보이는 관객이 가장 많았지만, 노년층은 물론 젊은 관객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 기자가 만난 최연소 관객은 초등학교 5학년인 전현지(12)양이었다. 현지 양은 어머니 한해선(45)씨와 함께 공연장을 찾았다. 임영웅으로 ‘대동단결’한 모녀였다. “예전엔 트로트에 하나도 관심이 없었는데, 엄마와 ‘미스터트롯’을 보다가 임영웅 오빠가 너무 잘생겨서 좋아하게 됐어요.(웃음)” 그의 꿈은 임영웅의 통역사가 돼 그와 함께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이미 영어와 중국어에는 능통하고 최근엔 스페인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10대들 사이에서 ‘미스터트롯’의 인기는 어떨까. 한씨는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미스터트롯’의 인기가 높다”고 했다. 한씨의 아들을 비롯해 이웃에 사는 남학생들이 이찬원, 영탁, 임영웅 등 ‘미스터트롯’ 가수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한씨는 “체감상 아이돌급 인기”라며 웃었다. 중장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로트가 세대를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내가 우울증이 많이 좋아졌어.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집안에만 있었는데, ‘미스터트롯’이 많은 위로가 되더라고. (임영웅의 어떤 점이 좋으냐 묻자) 영웅이 모든 면이 다 좋아. 부모에게 잘하는 거, 기부 많이 하는 거…. 그런 게 좋아.”(임여사)
공연장에서 만난 관객들은 공연의 무사 개최를 한마음으로 바랐다. 서울 공연이 안전하게 치러져야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지방 공연들도 열릴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다. ‘미스터트롯’이 인생을 바꿨다는 증언(?)도 심심찮게 들렸다. 자신을 가수 김호중의 “영원한 팬”이라고 소개한 정하진(50)씨는 “우울증이 심해서 집에만 있었는데, ‘별님’(김호중)을 만난 뒤에는 활동적으로 변했다. 인생이 180° 달라진 것”이라고 했다. 하니짱씨도 “자녀들을 다 키워내고 인생에 권태기가 왔는데, 이젠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며 “이번에 거리 두기를 잘 지켜서 지방 공연들도 무사히 개최될 수 있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주)쇼플레이,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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