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게이밍 경험을 강조한 갤럭시노트20 출시를 앞두고 본격적인 5G 스트리밍 게임 경쟁이 치열해졌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의 5G의 차별성을 느끼기 위해서는 5G 게임 경험이 적격이라는 업계의 컨센서스 때문이다. 통신 3사는 협업이나 자체 플랫폼 개발을 통해 게이밍 경험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중에서 KT는 자체 플랫폼인 ‘게임박스’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100여종의 게임을 가장 저렴한 월 4590원의 파격적인 게임 서비스다. 하지만 토종 플랫폼의 한계상 다양한 외작 게임 수급이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그러나 KT는 해외IP와 충분한 협상을 통해 윈윈하는 전략을 가져가고, 인디게임 생태계를 만들어 국산게임에 지원을 키워가겠다는 포부다.
◇ MS 엑스박스 내세운 SKT, 지포스나우와 협력한 LG유플러스... KT는 ‘독자 플랫폼’
KT의 행보가 눈에 띄는 것은 SK텔레콤이 제휴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LG유플러스가 엔비디아와 손잡은 지포스나우와 다르게 독자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어서다. 새로운 게임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통신사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KT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SK텔레콤과 손잡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는 올해 9월 15일 론칭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 출시되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 얼티밋(Xbox Game Pass Ultimate)’은 월 1만6700원의 이용료로 100여종의 엑스박스 게임은 물론 지인과 함께 동시 접속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인 ‘엑스박스 라이브 골드(Xbox Live Gold)’도 제공한다.
여기에는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의 대표작인 ‘마인크래프트 던전’과 FPS(1인칭 슈팅) 게임 ‘헤일로:마스터 치프 컬렉션’, 레이싱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 4’ 등 수많은 인기 게임이 포함됐다. 여기에 국내 히트작도 추가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이 아닌 다른 통신사도 게임을 이용할 수 있지만, SK텔레콤은 11월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을 통해 단독 시범서비스를 운영하며 클라우드 게임에 대한 관심을 표명해왔다.
LG유플러스와 협업한 지포스나우도 리그 오브 레전드와 검은 사막, 하이퍼 스케이프, 데스티니 가디언즈와 같은 300여종의 게임을 지원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지포스나우의 단독 파트너사로서 작년 9월부터 세계 최초 5G 기반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서비스 개시 1년을 맞아 타사 고객에게도 개방한다.
그동안 지포스나우는 지포스나우 베이직(무료)과 지포스나우 프리미엄 상품을 제공해왔다. 이번 서비스 개방과 함께, 모든 고객이 지포스나우 프리미엄(1만2900원/월)을 가입할 수 있다. U+ 고객에게는 프리미엄 50%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기존 U+5GㆍU+인터넷 고객에게 제공된 베이직 혜택은 종전과 동일하다
KT도 다른 경쟁사처럼 외산 게임 플랫폼과의 협업이 점쳐졌지만, 예상을 깨고 독자노선을 택했다. KT는 12일 KT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월구독형 자체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를 출시했다. 마프라, 레고 헤리포터, 엑스콤, 트린4, 골프클럽2019, W2K, 고드앤저스와 같은 대작게임을 포함한 200여종의 게임을 담았다. KT의 클라우드 서버에서 게임을 구동한다. NHN, 스마일게이트와 같은 중소게임사 및 인디게임협회와도 손잡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가격이다. KT는 올해 말까지 ‘게임박스’ 월 이용요금을 업계 최저인 월 4950원으로 책정했다. 1만원대 초중반인 다른 게임 서비스에 비해 가성비를 강조한 셈이다. 원 가격 9만9000원에서 50% 할인된 가격으로, 할인 서비스는 연말까지 적용된다. 월정액 가입 시 첫 1개월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며, 갤럭시 노트 20 가입자는 론칭 기념 2개월 무료 혜택을 더해 총 3개월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게임박스’가 제공하는 총 100여종 게임의 정식 구매 가격이 약 220만원(글로벌 게임 마켓 Steam 기준 가격)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다. 여기에 자기에게 맞는 게임을 추천해주는 AI 추천 기능, 각 게임 스타일에 맞춘 가상 게임패드, 9월부터 전용 게임패드도 선보인다. PC용 ‘게임박스’는 9월, KT IPTV 기가지니용 ‘게임박스’는 10월 본격 오픈 예정이다.
◇ KT “자체 클라우드에 파격적인 가격 채택...고민 컸지만 기대도 커, 해외 진출까지 고려”
KT는 자사가 새롭게 론칭한 게임박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KT 내에서 다른 외산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제휴도 검토했지만, 유연성이 떨어지는 단점이 크고 자사의 클라우드 역량을 기반으로 커스터마이징에서 게임 타이틀이나 UI에서도 차별점을 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성환 KT 5G/GiGA 사업본부장은 "게임박스는 저희가 자체 개발한 토종 OTT 서비스“라며 ”플랫폼도 타사의 플랫폼을 빌리지 않고 저희 핵심역량인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했고, 자체 구축했기 때문에 커스터마이징에서 차별점이 있고 가격 측면에서도 가성비가 높은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게임박스를 소개한 권기재 KT 5G서비스 담당 상무는 “우리나라 게임생태계에서 구독경제라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스팀에서 출시한 대작게임과 콘솔, PC형 게임뿐만 아니라 모바일 게임도 출시해 게이머들을 사로잡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4950원을 책정하기까지 고민이 많았지만, 시장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격적으로 설정했다”며 “내년에 종합적으로 검토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계 거물인 경쟁사 엑스박스, 지포스나우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로 “무섭다”고 표현했다. 권 상무는 “저희들은 독자, 한국형 OTT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했고, 게임 IP사 측면에서도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개방형 전략을 취했다”며 “혼자서 못하기 때문에 제휴가 필요한데, NHN과 스마일게이트와 제휴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외산 게임 거물과 경쟁하기에 토종 플랫폼은 역부족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KT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었다. 다만 KT는 '가지 않은 길'을 해보겠다는 자신감은 있었다.
이성환 본부장도 “저희가 ‘한국형 넷플릭스’가 되보겠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아시겠지만 스트리밍 시장에서 넷플릭스가 강자인데 게임 쪽에서도 방관하고 있을 수는 없다”며 “ 한국형 토종 OTT 서비스를 가겠다고 방향을 정했고. 걱정을 많이 해주고 계시지만 묵묵하게 가보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해외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상무는 “해외 진출 생각이 있지만, 저희는 콘텐츠가 없고 인프라만 있기 때문에 스트리밍 기업으로 하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초기에는 타국의 통신사업자(MNO)와 해서 콘텐츠를 공동소싱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고, 국내 성공기반이 마련되면 플랫폼에 대한 라이센싱 방향으로 나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앞으로 인디게임 창작자들을 위한 생태계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상무는 “게임 창작자들이 게임 등록하면 버그를 없애고 보완하고 심의 거쳐서 등록하는 CMS 마켓을 만들려고 생각 중”이라며 “게임의 다양화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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