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2030에게도 낯선, 그리고 두려운 법

‘차별금지법’… 2030에게도 낯선, 그리고 두려운 법

정의당 불 지핀 논쟁에 “논의는 긍정적, 법제화는 부정적” 평가

기사승인 2020-08-17 05:00:10
지난 2일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2020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대형 광고판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찢어진 상태로 발견됐다. 사진=연합뉴스, 독자 제공

최근 인종·성·나이·언어·국가·외모·학력·종교·혼인여부·건강상태 등 사회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차이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국회에서부터 다시 뜨거워졌다. 하지만 젊은 층도 아직 차별금지법을 완전히 수용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20대 남성 김모씨는 차별금지법의 동의여부와 배경을 묻는 질문에 “차별하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 된 인간존엄의 실천 아니냐”면서 “표현의 자유나 악용의 여지 등을 생각해 반대를 할까 했지만 법에서의 처벌을 제한하고 조건이 붙는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역시 부산에 사는 20대 남성 정모씨는 “반대한다”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게 된다면 개인들의 표현을 혐오발언으로 간주하여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게 되고, 아이를 키울 때 학교에서 동성애나 성전환에 대한 생각을 강제적으로 정상이라고 인식하게 만들 수 있는 등 안 좋은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다”고 반대이유를 설명했다.

이밖에 2030세대들도 대부분 차별금지법에 대한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는 못했지만, 내용에 대해 전해들은 후 “차별과 차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거나 “법 취지는 좋다”, “차별을 없애는 것은 필요하다”는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경상남도의 강모씨(30대 여성)은 법제정에 중립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사회가 점점 더 다원화되고 세밀화 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할 필요성이 생긴 것 같다. 가치관은 변하기 마련이고 법은 시대성을 담고 있는 만큼 현시대에 맞는 새로운 법이 어떤 형태로든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원주시민연대와 여성민우회 등 원주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원주인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법으로 차이를 규정하고 그에 따른 차별이나 혐오를 강제한다는 측면에는 거부감을 드러냈다. 개인이나 사회마다 ‘차이’에 대한 인식이나 범위가 다를 수 있고, 그에 따른 행동이나 결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이를 법에서 포괄적으로 강제하고 처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주에 살고 있는 30대 조모씨(남)는 “잘은 모르지만 너무 광범위하다. 어떤 것에 대한 차별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 않겠냐”면서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된다지만 법이 통과되면 사실상 범죄전력이나 성적 취향에 관계없이 무조건 채용해야하고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의 생각이나 인식의 문제를 법에서 모두 제한하는 것은 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거주 중인 30대 전모씨(남)도 “기본적으로 법 취지는 좋다. 그런데 이 법을 제정하려는 근본적인 의도가 분명해야할 것 같다. 성정체성 문제를 다룬다면 신중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든다. 일례로 트렌스젠더(성전환자)의 여탕 출입허가는 여전히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라며 법이 내포하고 있는 함의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을 꼬집었다.

서울에서 법학을 전공한 30대 구모씨(남)도 “헌법상 보장하는 평등권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헌법의 테두리에서 사회적 합의와 개별 사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일 듯하다”며 “무엇보다 사회는 관습인데 인식의 차가 아직 큰 부분을 나누고 적폐라 규정하며, 법으로 처벌하겠다면서 국민의식을 따라오라고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고 답했다.

이외에 질문을 받은 대다수의 응답자들은 “잘 모르겠다”거나 “관심 없다”는 말을 하며 차별금지법에 대해 낯설어했다. 심지어 구미에 살고 있는 정모씨(30대 남성)처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내 주변이나 나에게 관련된 이야기가 안 나오고 안 했으면 좋겠다”거나 서울의 양모씨(30대 여성)처럼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달라지고 좋아지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있었다.

정의당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당론으로 정하고 이를 알리기 위해 백드롭에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이라는 문구를 세겨 한동안 걸어뒀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찬성의 중심에 있는 정의당은 지난 6월 말경 ‘차별금지’를 당론으로 정했다. 이어 청년과 여성을 대표해 비례대표가 된 장혜영 의원은 지난 6월 29일 ‘차별금지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07년, 2010년, 2012년에 이어 4번째 입법시도다.

법안의 내용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이뤄지는 차별의 의미와 판단기준을 명확히 하고,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과 혐오를 금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시정기본계획 권고안을, 정부는 5년 단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했다.

차별행위가 인정될 경우 ‘이행강제금’ 형태의 제재수단이나 피해자에 대한 소송지원, 적극적인 손해배상 등도 이뤄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표발의자인 장 의원은 “헌법에서 차별을 금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영역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 적절한 구제수단과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위한 법률이 필요하다”며 법안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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