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
2차 대유행 기로에 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바라보는 어느 가요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계획을 세우면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계획이 무너지는 상황의 연속”이라고 했다. 이달 초 ‘미스터트롯’ 서울 공연이 개막하며 대형 콘서트 개최가 가능해지는가 싶었는데, 수도권 교회 중심 집단감염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며 오프라인 공연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는 것이다.
끝날 줄 모르는 코로나19 사태에 가요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3일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7월 말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전국에서 취소된 공연은 539건으로 손해액은 약 1212억6600만원에 달한다. 손해액은 공연 개최 시 올릴 수 있었던 수익으로 계산했다.
이달 초에는 ‘미스터트롯’ 서울 공연이 네 차례 연기 끝에 어렵게 막을 올리며 대형 공연 성사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했으나, 이마저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 지난 15일 올림픽공원에서 일하는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등 8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올림픽공원이 오는 23일까지 휴장하면서다. 오는 21~23일 열릴 예정이었던 마지막 5회 공연의 개최 여부는 미궁 속으로 빠졌다. 공연 제작사 쇼플레이 측은 남은 공연의 개최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기획사들은 유료 온라인 공연을 통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윤동환 음레협 부회장은 “유료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내는 가수는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다”고 했다. 특히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한 중소 기획사들의 사정이 열악하다. 국내 플랫폼 업체에 티켓 수수료와 홍보비 등을 분배하고 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업체 입장에도 망 이용료 등 비용으로 인해 수수료를 줄이기 어렵고 한다. 온라인 공연 티켓 가격이 3만 원 대로 형성된 터라, 티켓 값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결국 오프라인 공연 없이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대중음악 공연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실상 멈춰있는 상태다. 연극·뮤지컬이나 클래식계가 문진표 작성 등 방역 지침 아래 공연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비된다. 그룹 마리슈 멤버 강규현은 최근 열린 ‘제2회 코로나19 음악 사업계 대응책 논의 세미나’에서 “최근 300석 규모의 뮤지컬 공연장에서 문진표만 작성 후 입장, 공연을 진행하는 것을 목격한 바 있다”며 “이와 별개로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과도한 규제가 쉬이 이해되지 않는다. 다수의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음악이기에 대중음악이라 일컬어지는 것인데 대중과 거리두기를 가장 멀리할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의 지원 정책에서도 대중음악계는 소외되고 있다. 윤 부회장은 “3차 추경 지원에서도 음악 산업에 90억 원이 배정됐지만 클래식계에만 지원이 갔다”라며 “앞서 배포된 공연 할인권(현재는 시행 일정이 전면 연기된 상태) 역시 연극·뮤지컬 공연에만 적용이 됐고, 대중음악은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온라인 국민참여플랫폼 ‘광화문1번가’에도 제안 글을 올려 “정부에서는 문화산업계에 많은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원 정책에서 대중음악은 배제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 부회장은 “결국 대중음악 공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문제”라고 짚었다. “흔히 대중음악 공연에선 관객들이 뛰고 소리치고 환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공연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연극·뮤지컬 등 공연과 대중음악 공연에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데, 자꾸 엇박자가 나고 있다.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쇼플레이,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