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화 도로’, 주택공급대책 마지막 조각 될까

‘지하화 도로’, 주택공급대책 마지막 조각 될까

도로교통 전문가, ‘유일한 해법’ 한 목소리… 문제는 ‘예산’과 ‘시기’

기사승인 2020-08-28 05:00:34
상습정체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서초잠원IC 인근 도로 상황.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가 23번에 달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에 따른 부작용과 반작용에 서울 집값은 오히려 치솟았기 때문이다. ‘내 집 장만’은 이미 서민의 손을 떠났다는 절망 섞인 한탄까지 나온다. 

앞서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수록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이 와중에 불씨를 키운 건 청와대다. 대통령 보좌진 중 다주택자들에게 실거주 목적 외 주택의 처분을 권고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과 불협화음이 노출됐고, 일부 수석들의 교체로 이어지며 정책의 신뢰를 잃었다.

더구나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솔선수범을 강조하며 정부부처 내 고위공직자의 다주택자 실태파악을 주문해 결단을 사실상 종용했지만 아직까지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은 부처가 대다수라는 것이 알려지며 돌아선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다.

집권여당은 부동산 관련법 11개를 강행처리하다시피 신속처리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원리까지 동원해 주택공급을 통한 가격하락을 유도하겠다며 수도권에 13만2000호를 추가 공급하겠다는 8·4 주택공급대책을 내놓으며 도왔다. 

25일 국토부에 따르면 추가공급물량에 정부가 3기 신도시 조성 등 중·장기 주택공급 계획물량까지 합치면 총 127만호가 생기게 된다. 서울에만 노원구 태릉골프장에 1만가구, 마포구에 6200가구, 용산 미군부지에 3100가구를 포함해 총 36만4000가구를, 경기도는 과천과 성남, 하남, 부천, 수원, 광명 등지에 75만6000가구, 인천에 또 15만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인천검단, 과천지식정보타운, 화성동탄, 오산세교2, 영종하늘도시 등 올해 공급되는 공공택지 물량에 더해 2023년까지 이들 공급계획을 순차적으로 실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택공급정책으로 집값 안정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랑구 면목동 일대의 좁은 도로로 인해 교통흐름이 원활하지 못하다. 사진=오준엽 기자

문제는 정부의 계획대로 주택이 공급되더라도 가격안정 나아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데다 갑작스레 유입된 인구에 반해 도로나 철도 등 기반운송시설 계획이 없거나 부실해 교통대란을 넘어 ‘교통지옥’의 현실판을 보게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당장 정부 발표 어디에도 교통대책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이에 정부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지역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9일 ‘태릉골프장 개발 반대 집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태릉 지역은 지금도 교통난이 심각한 지역이라 체계적인 교통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이미 추진됐거나 계획된 대책을 발표하는 등 심각한 교통체증에 시달리는 주민들의 고통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마포구의 한 주민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주말이면 턱없이 부족한 공영 주차장으로 공원 등을 찾는 방문객 등으로 양쪽 한 차선이 주차장으로 변한다. 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하거나, 하늘공원 축제라도 하면 수많은 차들로 교통이 혼잡하고 마포구청에서 랜드마크 부지까지 30-40분은 소요되는게 현실”이라며 정부의 공급대책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전문가들도 고개를 저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30년이 지난 1기 신도시도 아직 교통난이 해결되지 않았다”면서 “인프라를 갖추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공급 대책이 당장 주택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교통혼잡을 가중시킬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효과는 없고 부작용만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한 도로교통 전문가도 정부의 주택공급대책에 대해 우스갯소리로 비꼬기도 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재택근무 형태가 늘어날 것을 고려한 미래형 설계라는 식이다. 나아가 지금까지 정부가 ‘일단 짓고 보자’는 식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안 그래도 과포화상태인 도로를 완전히 넘쳐 흐르게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해법은 도로 지하화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마저도 장기적인 대책일 뿐 4~5년간은 꽉 막힌 도로나 만원인 대중교통에 시달리고,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옮을까 노심초사하며 거리에 나서거나 재택근무 혹은 유연근무제가 보편화된 환경이 갖춰지길 희망하는 것 외엔 해법이 없다고 한탄 섞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상습정체구간 중 하나인 서울의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추진개념도. 사진=서울시

한편 ‘도로 지하화 사업’의 첫 사례가 될 모델은 태릉골프장이 있는 노원구와 서울 강남을 잇는 ‘동부간선도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장거리용 도시고속화도로(민자구간)과 단거리 지역간선도로(공공구간)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으며 공공구간의 경우 지난해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도로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예상되는 완공 시점은 2027년이며 개통될 경우 운행속도가 평균시속 24㎞/h에서 45㎞/h 수준으로 약 2배가량 빨라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가 주택공급대책을 발표하기 이전에 추산된 것으로 공사규모를 키우거나 또 다른 지하도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상습정체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교통전문가는 또 다른 문제도 제기했다. 완공되더라도 지하터널 내에서의 사고나 화재를 해결할 방안이 아직 부족한데다 복잡한 지하철 구조로 인해 착공이 가능한 지역도 한정적이란 설명이다. 더구나 수익성의 문제로 인해 민자구간의 비용부담이 높아질 수도 있고, 도로 지하화를 위한 소요 예산 또한 높아 쉽게 결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적으로 그는 “정부가 교통난 해결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방법은 지하화뿐이지만 아직 해결해야할 점들이 많다.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교통문제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택이 공급돼도 수도권 교통난 해소는 아직 요원해 삶의 질은 오히려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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