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의숨결] 기침도 기침 나름이다, 허실을 구별해야

[한방의숨결] 기침도 기침 나름이다, 허실을 구별해야

기사승인 2020-09-01 09:15:25

#한의학에서 보는 천식의 증상과 원인은?
#글// 김지수 영동한의원 진료원장(침구과 전문의)
주위에서 천식 환자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천식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질병인지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잦은 기침과 가래, 어떤 경우에는 구토를 하기도 하고…. 거친 기침소리는 한밤중이나 새벽에도 그치질 않는다.

천식 환자라고 해서 누구나 증상이 일률적인 것도 아니다. 쌕쌕거리는 천명음(喘鳴音)이 없는 만성 기침, 흉부 압박감, 원인을 알 수 없는 호흡곤란 증세만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실천(實喘)과 허천(虛喘)으로 나누어 구분하고 있다. 실천은 가슴이 답답하고 아파오면서 오한, 발열을 느끼고 바람을 쏘이면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경우다. 가끔 가래 끓는 소리가 나고 발작이 일어날 때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허천은 이와 달리 약간의 자극에도 발작적으로 기침을 하게 되는 만성형 천식이다. 평소 기관지가 좋지 않은 데다 과로를 하거나 공해 속에 장기간 노출됐을 때 호흡이 빨라지면서 멀건 가래가 끓고 기침이 계속 나온다.
 
기관지 천식을 비롯해 기관지 확장증, 범발성 모세기관지염, 만성기관지염, 폐섬유종, 폐울혈 등 난치성 호흡기 질환과 고혈압, 심장이 약할 때 생기는 기침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겉으로 보이는 증상은 비슷한 듯하지만 각기 원인 질환에 따라 기침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목구멍이 답답하거나 목이 쉰 채 기침이 나면 목 근처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고, 한밤중이나 이른 아침에 언제나 기침을 하게 되면 천식, 아침에 일어난 다음 기침과 함께 가래가 끓으면 기관지 확장증이나 만성 기관지염일 가능성이 높다.

또 잠이 들려고 하면 금세 숨이 가쁠 정도로 심한 기침이 나오는 것은 호흡기 계통보다 고혈압이나 심장이 약할 때 생기기 쉬운 증상이고, 몸의 위치를 바꾸거나 침대에서 일어날 때 마른 기침이 나는 경우는 폐섬유종일 수도 있다.

천식에는 나이 제한도 없다. 기관지 천식이라 하면 흔히 노인성 천식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론 소아천식이 훨씬 더 많다.

소아 천식의 주요 원인인 알레르기는 상당 부분 유전된다. 학계에서는 유전적으로 알레르기 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환경적으로 어떤 자극을 받았을 때 천식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폐쇄된 공간일수록 더 심한 경향이 있다. 주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선진국 어린이가 비교적 야외나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개발도상국 어린이보다 천식에 더 잘 걸린다는 연구결과도 나와있다. 

만약 잠잘 때는 괜찮다가 깨어 있을 때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습관성이나 신경성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강박적인 성격의 남자아이가 헛기침을 하는 경우라면 불안 심리에서 비롯된 틱 장애일 수도 있으므로 감별이 필요하다.

어른과 달리 소아 천식은 사춘기 이후 호전되거나 사라지는 경우가 50~70%에 이른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는 일단 집안의 화분과 동물을 모두 치우고 카펫이나 베개, 담요를 깨끗이 청소해 집먼지 진드기를 없애는 것이 소아 천식을 막는 길이다.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