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지난달 29일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원칙 있는 협치’, ‘통합과 화합의 정치’를 강조했다.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 첫날인 1일 야권 대표들과의 만남에서도 이 대표는 하나같이 ‘협력’을 이야기 했고, 들었다.
하지만 아직 협치로의 길은 멀고도 험해 보인다. 이날 민주당은 곳곳에서 야권과 충돌했다. 법제사법위원회는 안건처리 후 야권이 추미애 법무부장관 관련 질의를 제안했지만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여야 간사 간 합의를 요구하며 개회 15분 만에 정회했고, 그대로 산회했다. 또 김종민 최고위원은 조국흑서 발행을 비난한 발언으로 진중권 전 교수와 충돌했다.
법사위 파행은 통합당이 추미애 장관의 아들 서 모씨(당시 일병)의 휴가 미복귀 의혹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며 현안질의를 요청하자 이를 윤 위원장과 백혜련 민주당 법사위 간사가 거부해 발생했다. 수사 중인 사건인데다 사전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이에 미래통합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불리하면 일 안하는 국회, 유리할 때만 일하는 국회냐”며 더불어민주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의원이 소관 기관장을 불러놓고 회의하는데 현안 질의를 못하게 하는 건 폭거”라며 “윤 위원장과 백 의원은 본인들 유리할 때는 단독으로 회의 진행하고 불리할 땐 야당 의원들의 질의 권한을 박탈한다”고 질타했다.
특히 김도흡 통합당 법사위 간사는 “윤 위원장이 다급하니까 여야 합의 하에 현안질의를 해야 한다고 그런 것”이라며 “현안 질의는 여야 합의 사항이 아니다. 상황이 안 좋고 불리하다고 판단되니 야당 의원들의 현안질의마저 박탈했다. 있을 수 없는 사실상 폭정”이라고 윤 위원장의 의사진행방식과 민주당의 비토에 대한 문제를 직접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낙연 당대표와 함께 지도부의 자리에 오른 김종민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국 흑서(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비판발언이 반발에 부딪치며 이 대표의 ‘협치 행보’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됐다.
김 최고위원은 인터뷰에서 “답답한 노릇이다. 건국 이래 한 개인에 대해 그렇게 수많은 언론의 공격이 있었던 사례는 없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나온 모든 기사가 다 ‘흑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거기에 (책을 내) 한 수를 더 하냐? 한강물에 물 한 바가지 얹어놓는 것”이라며 “100권을 낸다해도 바뀌지 않는다. 40%는 ‘린치당한 거다’ 이렇게 본다”고 했다.
40%의 국민이 ‘조국 린치’라고 받아들일 것이란 발언에 ‘조국 흑서’의 공동저자인 진중권 전 교수가 즉각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런 이가 당 최고위원을 하고 있으니, 민주당에 망조가 든 것”이라며 “여론 40%가 조국린치라고 생각한다는 말도 과장이지만, 맞다 하더라도 그 말을 뒤집으면 곧 60%는 조국 린치가 아니라고 믿는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이어 “40%만 믿고 계속 막 나가겠다는 굳은 의지를 표명한 셈인데, 아마도 최고위원 만들어준 ‘친문-조빠’들에 대한 애프터서비스일 거다. 지난 총선 때만 해도 조국과 선 긋기 바빴잖냐”고 비꼬며 “조국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장관직에서 물러날 때 이미 끝났다. ‘조국’에 집착하는 것은 40% 콘크리드(지지층)을 유지하기 위한 서사가 필요해서 그런 듯하다”고 했다.
한 네티즌(ys69****)은 “조국이 너무 잘나서 우리가 시기 질투한다고 생각하나? 그럴지도 모르지만, 김종민 의원은 조국 한 개인에 대한 비난을 이렇게까지 할 수 있냐고 하는데 이렇게까지 비리가 드러났는데도, 언행불일치의 끝판 왕인데도 자기 가족의 재판 중에도 고소를 이어가는 걸 보면서 관종이거나 독종이거나 리플리증후군이라고 생각된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정치권과 여론이 이 대표와 야권 대표들이 협치와 협력을 이야기하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위기극복에 총력을 다하자고 손을 맞잡은 날 쪼개지고 분열하고 갈라서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이와 관련 한 정치권 관계자는 “협치가 쉬운 일도 아니고 그간의 깊은 골이 순간 메워지는 것도 아니지 않냐”면서도 “협치를 이야기했으면 적어도 지키려는 시늉은 해야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고 씁쓸함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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