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남원 공공의대 설립 압박했다?

정세균 총리, 남원 공공의대 설립 압박했다?

복지소위 위원에게 전화… 민주당 의원들, “전화도 못하냐” 반박도

기사승인 2020-09-02 12:32:26
공공의대 설립안 처리를 압박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공공의과대학 설립을 핵심으로 하는 의사정원 확대정책에 반발해 전국적 의료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공의대의 남원설립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및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종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정 총리가 국회의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은 지난 2월 19일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서다. 당시 회의에는 김상희 전 의원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제안해 5건의 관련 법률안이 상정·논의됐다. 

회의록에 따르면 정 총리의 압력행사를 언급한 인물은 당시 소위 위원으로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던 김승희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다. 그는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부터 정원 뿐 아니라 인력을 어떻게, 누가 가르칠 것이지 등 굉장히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을 정치권에서 공약을 이루기 위해 밀어넣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표결에 붙여진 안건은 찬성 6인, 반대 3인으로 이날 회의에 상정됐다. 이에 김 전 의원은 국민 세금으로 대학 하나를 설립하는 것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왜 역정을 내냐는 발언에 거듭 토론중단을 요청하며 “얼마나 전화를 많이 받았는지 아느냐. 정세균 국무총리도 하더라. 그런 식으로 압력을 넣으면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남겼다.

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국회부의장)이 “총리가 전화를 하던 대통령이 전화를 하던 압력을 안 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 전화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전화를 받지 말라”는 등의 대응발언에 김 전 의원은 “법안소위 위원한테 전화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 본인들의 지역구가 거기였기 때문에 이번에 (안건에) 집어넣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공공의료 확충은 필요하지만 대학설립 문제는 설립 후 공공의료인력 배출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등 감염병 대응 및 예방의 시급성에 부합하지 않는데다 교수인력을 비롯해 의료인력 간의 형평성과 균형, 지역배분 등 복잡한 이해관계와 계산이 필요한 사안으로 외압에 의한 졸속처리는 불가능하다는 입장도 거듭 피력했다.

한편 이 같은 정 총리의 외압정황과 민주당 소속 위원들의 대응이 알려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당시 야권의 의사진행 거부가 한창이었던 상황임을 거론하며 한 네티즌은 “야당이 소위 불출석을 하니 총리가 나와 달라고 전화한 것 아니냐”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도 “야당이 일 안하니 총리가 하라는 것인데 무슨 압력이냐 적반하장”이라고 반응했다.

반면 “압력을 넣어도 안 받으면 그만 아닙니까? 압력을 넣는 쪽을 비판해야지 그걸 토로하는 쪽이 비판받냐”며 아연실색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도대체 공공의대가 뭐라고 마치 국가의 국운은 건 프로젝트인 것처럼 저러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국회회의록 보면 민주당 패악질 하나둘이 아니다” 등 민주당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1일 기자간담에서 의료계의 집단행동을 멈춰달라는 촉구와 함께 “정부가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나 의사협회 뿐 아니라 병원장, 의과대학장 등과 아주 폭넓고 광범위하게 소통을 해왔음에도 아직 집단행동이 지속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협의체를 구성해서 지금 정부안보다 더 나은 안을 함께 만들어보자는 게 정부의 지금 입장”이라면서도 ‘정부 정책 철회 및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는 전공의들의 요구를 받아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즉답하지 않았다. 나아가 ‘정책방향엔 변함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인식하는 문제점에 대해선 그냥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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