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치료 가능한 응급실을 찾아 헤매던 환자가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집단휴진을 강행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며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필수진료 영역의 의료공백으로 환자가 피해를 받는 상황은 지적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모든 책임이 ‘의사’에게만 있는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사 파업 전에도 응급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의사가 현장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이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여기에는 이송체계의 문제, 이송·의료자원의 지역 간 편차, 의료전달체계 붕괴 등 여러 고질적 문제가 얽혀있다. 그중에서 ‘경증환자의 응급실 내원’ 행위를 꼬집고 싶다. 일례로 소위 빅(BIG)5병원 중 하나인 서울대학교병원 응급실에는 응급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환자가 70~80%를 차지한다고 한다. 상급종합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예약한 날짜보다 더 빨리 진료를 받기 위해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대구에서는 최근 지역 6개 대형병원의 비(非)응급환자 이용 비율이 평소보다 10~20% 정도 증가해 응급환자 중 경증환자 비율이 5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비응급환자나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 자제를 시민들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의사 파업의 영향도 있지만 경증환자가 응급실을 가는 것에 대한 어떠한 제제나 인식이 없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특히 정부가 경증환자의 대학병원 응급실 내원을 막으려고 비응급환자에 한해 응급의료관리료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지만 병원비 몇 만원 더 내더라도 대학병원에서 빨리 진료를 보겠다는 환자들이 더 많아 효과는 미비하다. 병원 입장에서는 비응급환자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에 그런 환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응급환자의 진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응급실 병상 및 인력 부족 문제는 환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환자들은 자신의 의료이용 행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에 앞서 정부는 환자가 적정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구축하고 환자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경증환자가 대학병원을 가는 이유는 병원을 믿지 못하고, 자신에게 맞는 병원을 모르고, 마땅한 병원도 없기 때문이다. 응급실 이송 중 환자가 사망한 사건의 원인을 의료계 파업으로 돌리기보다는 이러한 안타까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현 시스템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진료 영역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를 고발한 이유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때문이라면, 환자들이 적정 의료기관에서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부터 구축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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