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산림훼손에 늘어나는 산사태…전문가의 경고

기후변화·산림훼손에 늘어나는 산사태…전문가의 경고

기사승인 2020-09-03 17:00:56

▲사진=산사태 피해는 매년 커지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연합뉴스 제공
[쿠키뉴스] 김희란 기자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는 기후변화와 산림훼손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태풍 ‘마이삭’ 북상에 산림청은 2일 오후 5시부터 전국 산사태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산사태 위기경보가 ‘심각’인 경우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확실한 경우, 혹은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가 나온 경우다. 산림청은 전국적으로 200mm 이상의 많은 강우와 장마기간 산사태 발생지에 대한 2차 피해가 우려돼 대규모 산사태 발생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판단,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산림청은 산사태예보 발령에 따른 철저한 사전 대비를 당부했다. 이에 따라 재해 우려 지역에 거주하는 많은 주민들이 선제적으로 대피했다. 3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내 지역 9개 구·군 135가구 주민 237명이 사전 대피했다. 경상북도에서는 포항, 경주 등 12개 시·군에서 주민 520여 명이, 충북 단양에서도 4가구가 긴급 대피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태풍 및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태풍 ‘루사’가 불러온 산사태는 2705㏊의 국토 피해와 35명의 인명피해를 가져왔다. 복구액은 2994억원이 들었다. 지난 2011년 국지성 집중호우 때는 842㏊가 산사태 피해를 보고 43명이 사망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산사태로 인한 피해면적은 연평균 2226㏊이다. 연평균 복구액은 436억 원으로 적지 않은 수치다.

한국은 지리적 특성상 산사태에 취약하다. 국토 면적 약 70%가 산지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산사태의 발생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산림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산사태취약지역은 총 2만6238곳이다. 경북이 4640곳으로 가장 많다. 강원 2667곳, 전남 2354곳 등으로 집계됐다. 지리적 위치도 한 몫 한다. 한국을 포함한 홍콩,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유독 산사태 피해가 크다. 동아시아는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들어 매년 태풍이 몰고 오는 집중호우의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산사태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발생한다. 집중호우가 오면 산은 무너져내릴 수밖에 없다. 

▲사진=지난달 7일 전남 곡성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연합뉴스 제공
산사태로 인한 피해는 매년 더욱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과거에 비해 태풍과 국지성 호우가 극한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에 끝난 올해 장마는 총 54일이라는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멈출 줄 모르고 쏟아지는 기록적인 국지성 호우에 전국이 큰 피해를 입었다. 시베리아에서 발생한 이상 고온 현상에 기존에 차가워야 할 해당 지역이 따뜻해지면서 북동쪽의 차가운 공기가 한국에 내려왔다. 한반도의 장마전선이 이 공기에 막혀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하면서 이례적으로 긴 호우가 지속된 것이다.

산지전용 면적의 증가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산지전용은 산지를 산지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거나 이를 위해 산지의 형질을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 2012년 7753㏊였던 국내 산지전용 면적은 지난 2017년에는 8466㏊, 그 다음해에는 9781㏊로 증가했다. 임상준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 교수는 “최근 국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며 도심을 피해 산 속에 전원주택, 단독주택을 짓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산을 깎아 경사면이 노출되면 자연사면에 비해 산사태 위험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누구나 거주에 대한 자유가 있지만 거주지를 설정하기 전 산사태의 위험도를 고려해 사전 점검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산지 태양광 설치가 산사태 위험을 높였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극히 제한적인 영향”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양광 설치가 산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태양광 설치를 위해 나무를 깎고 경사를 만들어 흙이 한쪽으로 많이 깎이기 때문에 흙탕물이 발생하는 등 소규모의 붕괴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숲을 건강하게 보존한다면 산사태 피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연합뉴스 제공
산사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장기적이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숲을 잘 가꾸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이 2일 발표한 숲 연구 발표에 의하면 잘 보전된 숲이 훼손된 숲보다 약 85배 이상의 토사유출 방지효과를 발휘한다. 건강한 숲(엽면적지수 1.7)은 토사유출량이 27.5㎏/㏊인 반면 숲이 거의 없는(엽면적지수 0.3) 곳의 토사유출량은 2340㎏/㏊로 분석됐다. 따라서 숲을 건강하게 보존한다면 산사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신속한 대피다. 임 교수는 “산사태는 짧은 시간 안에 매우 빨리 발생하기 때문에 발생 이후에는 대피할 시간이 없다”면서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재난 방송이 나오면 발생 하루 전 등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최대한 빨리 대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산사태가 나더라도 대부분 집을 완전히 뒤덮기보다는 창문에서 흙이 들어와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피가 어렵다면 창문을 닫고 창가를 피해 최대한 안전한 공간에 머무르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제9호 태풍 마이삭이 동해상으로 진출, 태풍 특보가 모두 해제돼 산림청 산사태예방지원본부는 전국 17개 시·도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주의’로 하향 발령했다.

heerank@kukinews.com
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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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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