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과 매각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우선협상자에 선정된 이후 약 10개월 동안 끌어 온 인수합병(M&A)이 사실상 결렬되면서 새주인 찾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현재 매각 무산에 따른 플랜B 가동 준비에 착수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과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최종 담판 이후에도 HDC현산 측이 재실사 요구를 고수하면서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가 없다고 최종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호산업은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것을 시작으로 매각 공고, 예비입찰, 본입찰 등을 거쳐 작년 11월 매입 가격을 1조원가량 더 써낸 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을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어 작년 12월 27일에는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하지만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항공업계를 덮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아나 부채 비율은 작년 말 1795.1%에서 올해 상반기 2366.1%까지 급증했다. 올해 2분기 화물 영업이 선전하면서 2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상반기 기준으로는 268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해 전년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됐다.
이에 현산은 4월 초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연기한 데 이어 4월 말 주식 취득일까지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이후 현산이 소극적인 태도로 돌아서자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대면 협상을 거듭 요구해왔다.
결국 현산은 6월 초 채권단에 인수 조건 재검토를 요구했고, 이어 7월 말에는 "선행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채권단과 금호산업은 현산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의지가 없다고 보고 거래 종결을 지연하기 위한 의도라고 맞서 왔다.
지난달 20일 성사된 권순호 현산 사장과 서재환 금호산업 사장의 대면 협상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고 끝난 데 이어 지난달 26일 이동걸 회장과 정몽규 회장의 최종 담판도 끝내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정몽규 HDC그룹 회장과의 최종 담판에서 인수가를 최대 1조원가량 낮추는 내용의 파격 제안을 내놨지만 이 같은 제안에도 묵묵부답이던 현산이 결국 일주일 만에 사실상 채권단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주 중으로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양측의 공방이 계약금 반환 소송 등에 대비한 명분 쌓기라는 관측이 있었던 만큼 현산이 이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지급한 계약금 2500억원을 둘러싼 법정 다툼도 불가피해보인다.
일단 채권단은 다음주 중으로 산업 경쟁력 강화 장관회의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는 등 '아시아나항공 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당장 2조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이 예정된 상황이다.
영구채 주식 전환 등을 통해 채권단의 관리 체제에 돌입하면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재편이나 인력 구조조정 등도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을 정상화한 뒤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과 '통매각' 대상이었던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등 자회사의 분리 매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 불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어 새로운 매수자를 찾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발표한 것도 아시아나가 돈을 벌지 못하는 회사였기 때문”이라면서 “코로나로 인해 글로벌 항공업계 전체가 휘청이고 있는데 새로운 매수자가 빚더미에 앉은 아시아나항공을 사겠다고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