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조원 4차 추경 두고 靑, “맞춤형” vs 野, “조삼모사”

7.8조원 4차 추경 두고 靑, “맞춤형” vs 野, “조삼모사”

당·정·청, 3.2조원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최대 200만원씩 지급 합의
국민의힘, “재난지원금 목적이 무엇이냐” 반문… ‘언 발에 오줌 누냐’ 비난도

기사승인 2020-09-10 15:42:01

▲사진=청와대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여당이 올 들어 4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기로 했다. 편성규모는 약 7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 여파와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한 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 지원이 핵심이다. 하지만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는 비난부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반발도 만만찮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8차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며 “정부는 긴급대책으로 7조8천억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다. 피해가 가장 큰 업종과 직종에 집중해 최대한 두텁게 지원하는 피해맞춤형 재난지원 성격의 추경”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중심으로 4차 추경안의 세부사항을 정리하면 정부는 전체 추경의 절반가량인 3조8000억원을 코로나 재확산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377만여명에게 지원한다. 이 가운데 3조2000억원은 291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지급되는 최대 20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된다. 

여기에 1조4000억원은 앞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용위기 탈출을 위한 일자리 사업에 추가 투입돼 119만개 일자리를 만드는데 쓰일 예정이다. 아울러 저소득 취약계층 지원을 더욱 두텁게 하기 위해 ‘긴급 생계지원’의 요건을 완화해 88만명의 추가지원대상을 선별, 지원할 방침이다.

최근 국회에서 통과시킨 ‘가족돌봄휴가’ 기간 10일 연장에 발맞춰 정부 또한 특별돌봄 지원대상을 만 7세 미만에서 초등학생까지로 늘려 20만원씩을 지원하는 등 532만명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선별지급방침에 따라 정부지원에서 제외된 13세 이상 국민에게도 2만원의 통신비를 정부가 부담한다는 계획도 확정됐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정부로서는 최선을 다한 금액이지만, 피해에 비하면 매우 부족한 액수로, 부족하더라도 어려움을 견뎌내는 데 힘이 되기를 바란다”면서 “추경의 지원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모르고 국채를 발행해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한정된 재원으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그러면서 “생존의 위협에 처한 분들을 위해 빠른 지원이 절실하다. 국회의 신속한 처리를 당부드리며, 정부 각 부처는 추석 전에 가능한 한 최대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집행 준비에 곧바로 착수해 국회 통과 즉시 실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정부부처의 적극적 협조 속에서 국회가 신속한 추경안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생존권을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태현 기자

그렇지만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야권과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12개 업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정부의 4차 추경안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8차 비상경제회의 내용이 알려지자 논평을 통해 “불과 3일 전, 대통령은 ‘적은 금액이라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의견도 일리가 있지만, 현실상 재정상 어려움이 크다’고 국민들을 설득했다. 그러던 정부여당이 뜬금없이 13세 이상 전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 일괄 지원한다고 한다”며 “이번 재난지원금의 목적이 무엇인가”라고 되물었다.

7월 수해 직후부터 4차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음에도 시간을 끌다 뒤늦게 방침이라고 내놓은 안이 국민을 계층화하는 선별지급이었고, 그마저도 여론이 악화되자 ‘17~34세 및 50세 이상 국민 대상 통신비 지원안’을 내놨다가 공감을 얻지 못하자 ‘전국민’으로 확대한 것은 재난지원에 대한 정부의 원칙과 고민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예라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9일 논평을 통해 추경에 앞서 정부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설계한 2차 금융지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 수석부대변인은 “10조 원 규모로 조성된 2차 금융지원은 지난 5월부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대출에 나섰지만 집행된 금액이 6%에 불과한 6379억에 그치고 있다”면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했다.

이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시장과 골목상권이 무너지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금지명령으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마당에 정부당국은 돈을 쌓아두고 누구를 위한 정책지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대출조건 완화 ▲지원금액 상한 향상 ▲금리인하 등의 추가조치를 통해 현장 친화적 행정을 우선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 대변인 또한 “모든 국민이 힘들지만 소상공인, 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을 먼저 돌보자는 것이 이번 추경의 원칙 아니었냐”면서 “생색은 정부가 내고 뒷감당은 국민이 하라는 조삼모사(朝三暮四)식 추경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추석 전 지급이라는 원칙에는 동의하되, 졸속으로 추경안을 편성한 것은 아닌지 국민의힘은 꼼꼼히 따져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편 소상공인들도 정부의 추경안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국코인노래방협회는 9일 “71일간의 영업정지로 생존을 위협받는 위기상황이다. 영업정지로 업소당 평균 1500만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임대료, 관리비, 전기료, 저작권료 등 수백만원의 고정비가 고스란히 빚으로 쌓이고 있다”면서 “전혀 현실성이 없는 금액”이라고 정부의 지원안에 고개를 저었다.

PC방 업계 사정도 마찬가지다. 100~200만원으로는 전기료 등 고정비용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라며 ‘언 발에 오줌 누냐’는 식의 울분만 터트리는 분위기다. 심지어 지원에서 제외된 유흥업소 점주들은 “유흥업소 운영 사업자도 국민인데 왜 제외하나”며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고 원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이들에 대한 추가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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