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의원들이 역대 정치인들과 비교해도 가장 혹독한 재산검증을 민간중심으로 받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엇박자 행보를 보인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반감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어려워진 민생경제 여파가 한 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홍걸·윤미향·이상직 의원, 국민의힘에서는 박덕흠·조수진 의원 소유재산에 대한 의혹이 불거지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당내 윤리감찰단 등의 조사를 앞둔 지경에 이르렀다.
갑자기 늘어난 재산에 대한 의원들이 해명이 줄을 잇고, 명품 시계나 보석류 등 재산에 대한 신고누락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잘못된 보도나 오해로 사과를 요구하거나 정정을 요청하는 일들도 빈번해졌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재산신고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한데다 자의적인 신고나 해석이 가능한 문제들이 있어 기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 여당 의원은 “우리 당(민주당) 의원들도 의혹을 받고는 있지만 문제제기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신뢰회복과 건전한 정치문화 조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며 “보다 분명한 기준과 검증이 이뤄져야한다”고 했다.
한 야당 의원 또한 “최근 우리 사회에서 공정과 정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며 국회의원들을 향한 눈높이도 많이 높아진 듯하다. 시대적 흐름에 맞춰 관련 규정이나 제도가 개선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형식적인 신고와 검증으로 무의미하게 운영되는 현실은 바뀌어야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관련 법 개정을 위한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하지만 일련의 움직임에 불신과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겠냐. 결국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법을 개정하고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여당 의원은 “재산신고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정작 땅 속에 묻어 둔 황금은 드러나지 않는 법”이라며 제도 및 법 개정의 한계를 지적했다.
선거당시 예금이 8600여만원 줄어든 것으로 신고된 기동민 의원 보좌관은 “공직자 때와 선거 때 신고기준이 달라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면서 “기준을 엄격히 지킨 것이 위법은 아니지 않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기준의 문제를 개선하기보다는 규정을 지킨만큼 문제는 없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정치권의 항변에 시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 40대 남성은 “재산신고면 같은 재산신고지 공직자 재산신고는 다르고 후보자 재산신고는 다르냐. 그걸 어느 국민이 알겠냐”면서 “유권자가 보다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이 다르면 기준을 통일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 아니냐. 위법하지 않다고 괜찮다는게 할 말이냐”고 강하게 질타했다.
국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정모씨(37)는 “직장인들은 언제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자영업자들은 당장 장사가 안 돼 생계에 위협을 받는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은 선거운동에 집중한 반년 동안 수십억원 늘어났다. 어느 누가 이걸 그대로 수긍하겠냐. 이러니 국회의원들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반 서민들은 주택청약을 신청하며 재산을 실수로 잘못 기재하기만 해도 청약에서 탈락하는데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검증도 안하고 ‘실수였다’, ‘기준이 바뀌었다’고 해명하면 끝이냐”면서 “적어도 어떻게 재산이 늘었는지 투명하게 밝히고 다시는 문제가 될 수 없도록 제도적 장치와 처벌규정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철저한 검증과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5일 축소·허위신고 방지를 위한 공직자윤리법 및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실련 남은경 정책국장은 “등록된 재산을 심사하는 과정이 빠져있다. 사실상 선거기간이 짧다보니까 이걸 검증하기 어려운 측면들이 있는 것”이라고 지금의 잘못된 현실을 짚어냈다.
나아가 “현재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재산형성과정까지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불법과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직사회가 갖춰질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공직자윤리위원회 등 관련법을 다루고 있는 정부·국회 산하 기관들은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