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인터뷰: 글로벌명의 명클리닉] 전이성 유방암 치료 전문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

[스페셜 인터뷰: 글로벌명의 명클리닉] 전이성 유방암 치료 전문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

[스페셜 인터뷰: 글로벌명의 명클리닉] 전이성 유방암 치료 전문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

기사승인 2020-09-25 13:30:03

#전이성 유방암 치료 명의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 

#진행성 유방암 치료의 달인... 15년째 무병 생존 4기 환자도 
[쿠키뉴스] 이기수 기자 =
우리나라 여성암 1위는 바로 유방암이다. 2017년 말 기준 한 해 신규 발생 환자 수는 2만2300명이었다. 이는 국가암등록본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10년 새 배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여성암이란 여성에게 발생하는 암을 가리킨다.

암 환자들이 투병생활 중 가장 두려운 순간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을 때다. 유방암 환자도 예외가 아니다. 비교적 다른 암에 비해 조기 발견 비율이 높고 완치율이 높다곤 해도 치료에 제약이 많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겐 사망진단과 같이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93%에 육박한다. 하지만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어떤 치료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내성이 생겨 장기 생존율이 약 27%에 그칠 뿐이다. 유방암의 조기진단 비율 향상은 물론, 전이성 유방암 극복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날로 높아지는 이유다. 일반 사람들에겐 너무도 당연한 ‘내일’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겐 살고 싶어 더 간절한 하루로 인식된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내일도 오늘과 같이 삶의 질을 유지하며 버틸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이성 유방암 치료 경험이 많은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강석윤 교수의 도움말로 전이성 유방암을 극복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문답식으로 알아본다.

강 교수는 현재 아주대병원 종양혈액내과 임상과장과 임상시험센터 부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4년 10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년간 미국의 노바티스 바이오메디컬 연구소를 방문, 최신 항암제 및 표적치료제 개발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Q. 유방암은 왜 전이와 재발이 잦은가?

A. 유방암은 5년이 지나도 완치라는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이는 완치율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치료 후 10년이 지나서도 재발할 위험성이 5%나 되기 때문이다.

유방암은 전반적으로 진행이 느린 편이다. 여성호르몬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제를 사용하게 되면 치료 중 암세포의 활성이 떨어지는(비활동) 특징이 있다. 수술 후 호르몬제를 10년 이상 보조적으로 써도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 치료 종료 후, 혹은 치료 중 약제에 내성이 생기면 웅크리고 있던 암세포가 갑자기 활성화되어 재발하는 경우가 있다.

Q. 유방암 전이가 가장 많은 부위는?

A. 전이는 신체 내 모든 장기에서 일어날 수 있다. 암세포가 림프계를 따라 겨드랑이와 쇄골 부위, 흉골 아래쪽 림프절로 국소 전이가 먼저 일어나고, 더 진행하면 피돌기를 따라 원격전이가 이뤄진다.

원격전이가 가장 잦은 부위는 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전이는 진행 단계와 비례해서 증가하는 양상이다.

Q. 유방암의 진행단계는 어떻게 구분하나?

A. 유방암은 다른 암처럼 0~4기로 병기를 분류한다.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대체로 0~2기는 조기 유방암, 3기는 진행성 유방암, 4기는 전이성 유방암이라 한다. 다시 말해 종양 크기가 5㎝ 이하라도 림프절 전이가 심한 경우 또는 5㎝ 이상이라도 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를 3기, 림프절 전이는 물론 뼈, 폐, 간 등으로의 원격전이까지 일어난 경우를 4기로 각각 구별한다.

원격전이가 있는 4기 환자는 유방암 환자 10명 중 0.5~1명꼴로 발견된다. 또 조기 유방암 진단을 받은 환자 중에서도 20~30%가 재발을 경험하고 있다. 질병 없이 장기관찰 중 재발하거나 수술 후 시행하는 보조항암 치료 중 재발을 경험하기도 한다.

Q. 유방암 중 가장 못된 유형은?.

A. 유방암은 암세포 표면의 특정인자 발현 정도에 따라 크게 3가지 아형이 있다.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수용체와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그리고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가 그것이다.

검사결과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 반응을 보일 때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유방암’, HER2가 양성일 때는 ‘HER2 양성유방암’, 이들 3가지 호르몬 수용체가 하나도 안 보일 때(음성 반응)는 ‘삼중음성유방암’으로 각각 구분한다.

이중 치료 결과가 가장 좋은 아형은 유방암 중 약 60~70%를 차지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유방암이다. HER2 양성 유방암도 효과적인 HER2 표적 치료제들이 계속 개발됨에 따라 호르몬 수용체 양성유방암과 유사한 생존기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중음성 유방암은 아직도 마땅한 표적치료제가 없는 상태다. 그 결과 생존율도 낮은 편이다.

Q. 전이성 유방암 치료 목표는?

A. 전이성 유방암의 치료 목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질병의 진행을 최대한 억제시키거나 늦추어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암 전이에 따른 여러 신체이상 증상을 완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유방암 4기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진단 후 약 3년이지만, 환자에 따라 1~15년간으로 편차가 크다. 그런데도 다른 전이성 암이나 질환보다 유방암 환자들은 상대적으로 생존기간이 길다고 알려져 있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은 대부분 심한 뼈 통증과 골절 등으로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암의 퇴치는 물론 동반된 합병증을 조절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Q. 치료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가?

A. 조기 유방암과 달리 전이성 유방암은 완치가 어렵고, 질병의 악화와 치료가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치료제 선택에 앞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어떤 아형의 유방암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각 아형에 따라 우선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약제마다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다르기 때문에 이 역시 환자의 특성에 맞춰 선택해야 한다. 이때 꼭 고려해야 할 것은 환자의 나이, 전신 상태, 동반질환 여부, 전이 부위, 폐경유무 등이다.

한 예로 연부조직이나 림프절, 뼈 등과 같이 당장 생명에 영향을 주지 않는 부위에만 전이암이 국한돼 있을 경우엔 최대한 부작용이 적고 환자의 순응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제를 선택한다. 만약 호르몬 수용체 양성유방암 환자는 항암화학요법, 호르몬요법, 표적치료를 모두 사용해 볼 수 있으나 림프절과 진행이 빠르지 않은 뼈 전이만 있는 상태라면 호르몬과 표적치료를 우선적으로 해볼 수도 있다.

항암화학요법을 쓸 때는 여러 약제를 동시에 처방하는 복합항암화학요법보다는 독성 및 부작용 위험을 고려해 항암제를 하나만 처방하는 단일항암화학요법부터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내장전이의 진행이 빠르고 증상도 심해 빨리 효과를 보고자 할 때는 두 가지 항암제를 동시에 사용하기도 한다.

Q. 최근에 주목을 받는 항암제와 표적치료제는 어떤 것들인가?

A. 우선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약제를 소개하면 항암제로는 안스라싸이클린(독소루비신), 탁센(파클리탁셀, 도세탁셀), 에리불린(할라벤), 카페시타빈(젤로다), 젬시타빈(젬자), 비노렐빈 등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호르몬 치료제로는 타목시펜, 졸라덱스, 풀베스트란트와 폐경 후 여성에서 사용되는 레트로졸, 아나스트로졸, 아로마신 등이 있고, 표적치료제로는 HER2유전자를 타깃으로 하는 항체치료제 트라스트주맙, 퍼투주맙, 캐사일라와 티로신키나제 억제제인 라파티닙 등이 있다.

CDK4/6 억제제(입랜스, 버제니오, 키스칼리)도 최근 들어 전이성 유방암의 1차 및 2차 요법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호르몬 단독 치료와 비교할 때 치료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 관리도 가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 면역항암제를 이용한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법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게 흠이다.

Q. CDK4/6 억제제가 기존 항암제와 다른 점은?

A. CDK4/6 억제제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및 사람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HR+/HER2-) 유형의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다.

임상연구 결과 호르몬요법과 병용하면 호르몬 치료만 단독으로 했을 때보다 무(無)진행 생존기간을 평균 8개월 정도 연장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주목을 받고 있다.

악성도(위험도)가 높을 경우 생존기간을 3~6개월 정도만 연장할 수 있어도 좋은 결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로 경이로운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약제의 등장으로 4기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일상을 유지하면서 외래진료를 통해 암을 관리할 수도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Q. 어떻게 사용하는가?

A. CDK4/6 억제제는 대개 초기엔 2주 간격으로, 이후 4주에 한 번씩 병원을 방문, 경과를 관찰해야 한다. CDK4/6 억제제 역시 세포 주기에 영향을 주는 약제여서 골수기능 저하, 피로, 설사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CDK4/6 억제제는 3가지가 있다. 이들 3가지 모두, 사용 시 백혈구를 감소시키는 부작용이 나타탈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항암화학요법으로 인한 백혈구 감소증보다는 경미한 편이다.

Q. 직접 치료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 중에서 긍정적인 사례 몇 가지를 꼽는다면?

A. 유방암은 질병 진행이 심할 경우라도 치료 반응이 좋고 장기 생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진단 당시 절망감을 느끼고 마지못해 치료를 시작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가운데 오랜 기간 부작용 없이 삶의 질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분들이 꽤 있다.

한 예로 15년 전 심한 호흡곤란 증상으로 중환자실에서 호흡기 치료를 받았고 조직검사에서 폐와 늑막전이를 동반한 유방암 환자가 있었다. 다른 암이었다면 포기했을 상황이지만 상대적으로 생존율이 높은 유방암인지라 보호자 동의하에 적극적인 항암치료를 진행했다. 이후 암세포가 극적으로 줄어들었고 그는 결국 건강을 회복, 퇴원하여 지금까지 특별한 이상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호르몬 수용체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 가운데도 호르몬 단독요법만으로 5년 이상 무병(無病)생존하여 지속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도 상당히 많다.

Q. 마지막으로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A. 유방암은 다른 암에 비해 많은 치료제가 있고, 또 치료 효과도 좋은 편이다. 비록 완치는 어렵다고 해도 치료를 계속하면 암의 진행을 억제하고 무증상 상태로 삶의 질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다. 4기라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하길 부탁드린다.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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