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가수도 온라인 공연으로 돈 벌 수 있을까

인디 가수도 온라인 공연으로 돈 벌 수 있을까

문체부-콘진원 주최 음악포럼 '대면과 비대면 공존 전략 - 지금, 우리시대의 음악산업論'

기사승인 2020-09-17 19:03:06
▲ 온라인 생중계로 전환된 해브 어 나이스 데이 페스티벌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1200억원.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공연 취소·연기로 인해 음악계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피해 금액이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는 지난 7개월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취소된 614건의 공연을 토대로 이 금액을 추산했다. 음악 시장에서 공연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0% 이상이라 타격은 더욱 크다. 중소 규모 기획사나 인디펜던트(독립) 음악인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동 주관으로 17일 열린 ‘2020 콘텐츠 포럼’에서 음악 업계 종사자들과 전문가들 모두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는 “길바닥에 나앉기 직전”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에 따르면 붕가붕가레코드가 지난 3~8월 올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고, 특히 공연 매출은 87%나 줄었다.

■ ‘박리다매’도 어려워…이유는?

온라인 공연은 관객 수 제한이 없어 ‘박리다매’가 가능하다. 지난 5월 열린 그룹 슈퍼주니어의 온라인 공연엔 12만3000명이 동시 접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켓 매출만 40억원을 넘어섰고, 기념상품 등 연계 판매까지 더하면 실제 매출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SM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온라인 전용 공연 ‘비욘드 라이브’를 기획·제작하는 ‘비욘드 라이브 코퍼레이션’을 공동 설립하는 등 새로운 수익 모델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액션캠을 활용한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의 온라인 공연
반면 일각에선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올리는 음악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터넷망 사용료 등 수수료가 비싸지만, 티켓 가격은 3만원대로 낮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붕가붕가레코드 소속인 밴드 술탄오브더디스코가 지난 12일 연 온라인 공연을 사례로 보면, 공연장 수용 가능 인원(300명)보다 많은 관객(450명)이 공연을 관람했지만 매출은 오프라인 공연의 8분의 1 수준이었다고 한다. 윤동환 음레협 부회장도 앞서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온라인 공연으로 이익을 얻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티켓 가격과 수수료가 조정돼야 한다는 결론이다. 고 대표는 “적정 수수료와 가격탄력성을 고려한 티켓가를 기획사와 플랫폼이 같이 논의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를 책정하는 인터파크 측은 합리적인 수수료 요율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윤희진 인터파크 팀장은 “송출 수수료 요율은 공연 시간이나 영상 퀄리티, 재생 디바이스 제어 등에 따라 책정되는 구조”라면서 “지금은 온라인 공연 시장이 형성되는 과정이다. 업계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수수료를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결국 오프라인 공연과 병행해야”

온라인 공연이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할 수 없다는 데는 모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 고 대표는 명확한 방역지침을 전제로 오프라인 공연의 재개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과학적인 근거에 입학한 공연 관련 방역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 필요하다”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수준에선 평소의 50~70% 선에서 공연 진행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연장이 정말 (감염에) 위험한 곳인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팀장도 “코로나19 상황을 예측할 수 없고 대비가 어렵다는 것도 이해한다”라면서도 “그러나 (공연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역지침이 조기에 마련되고 이것이 지자체에 일관되게 정립됐다면, 기획사들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고 아쉬워했다.

포럼을 지켜보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가장 다양하게 갈린 것도 이 대목이었다. 공연장 내부뿐 아니라 공연 대기 시간 동안 외부에서 벌어지는 접촉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주장, ‘떼창’ 등 공연 관람 문화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하다는 주장 등이 나왔다. 반면 8월초부터 중순까지 이어진 ‘미스터트롯’ 콘서트 사례를 근거로 들며 ‘오프라인 공연에 대한 제약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드라마 촬영이나 하다못해 이번 포럼 또한 다 같이 모여 진행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2시간 모이는 공연과 다른 게 무엇일까 하는 궁금함이 있다”고 말했다.

▲ 고건혁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 온라인 공연으로 돈 벌려면…

인디 음악가들도 온라인 공연으로 생계를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고 대표는 콘텐츠의 완성도와 공급 조절을 방법으로 꼽았다. 온라인 콘텐츠의 경우 ‘무료’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소비자들이 ‘돈 내고 볼 만하다’고 생각할 만큼 양질의 공연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또 “돈을 내지 않아도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인식을 닫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료 공연은 그 순간에만 볼 수 있게 공급량을 조절해서 공연에 지불 가치가 있다는 걸 명백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창작자들에게도 모험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온라인 공연으로 적극적으로 수익 모델을 구상하고, 기업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나아가 플랫폼을 직접 찾아 여러 시도를 해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래야 인디 아티스트의 온라인 공연 유료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관계자들은 뜻을 모았다. 특히 고 대표는 창작자 ‘구호’에 방점을 찍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인디 음악인의 경우, 당장 생계가 어려워 온라인 시장에 적응할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창작자에게 필요한 것은 생존할 시간”이라면서 “지원 정책이 ‘진흥’보다는 ‘구호’에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 역시 “(창작자들이) 버틸 수 있게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코로나 이전 세상과 이후 세상이 공존할 수 있는 분기점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정책 지원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ild37@kukinews.com / 사진=MPMG, 술탄오브더디스코 유튜브, 한국콘텐츠진흥원 공개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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