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4차 추가경정예산안 7조8000억원이 통신비지원금 9300억원에 발목 잡혔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신비 지원을,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통신비 대신 독감무료접종 등 선별집중지원하자고 요구해 충돌 중이다. 이에 4차 추경예산안 처리가 다소 지연될 수도 있어 보인다.
21일 오전 8시부터 시작돼 밤새 진행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추경조정소위와 여야 간사간 회의에서 양당은 일부 의견에서의 접근을 보기도 했다. 통신비 2만원 지원대상을 만13세 이상 전국민에서 ‘만13~34세 및 만50세 이상’으로 축소하고 남는 재원 2600억원 가량을 여타 지원사업에 사용하는 절충안도 나왔다.
정부안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대상 중 제외됐던 법인택시운전자와 유흥업계에 대한 지원,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산에 따라 등교제한조치가 이뤄지며 증가한 돌봄부담을 일부나마 지원하기 위한 ‘특별돌봄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법인택시운전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1000억원, 특별돌봄비 20만원을 초중고 전학년에게 지급하는데에는 5000억원 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유흥업계까지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면 1000억원 이상의 비용이, ‘독감백신 무료접종’을 추가한다면 또 1500억원 가량의 예산이 더 필요하다.
여야도 쌍방 간 주장의 합리성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추가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규모를 증가하는 것은 기획재정부가 반대해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이들 사업을 모두 진행하기 위해서는 당초 9300억원으로 편성한 통신비 지원사업을 백지화하거나 다른 추경사업비용을 삭감해야하는 실정이다.
‘결단’이 필요한 셈이다. 예결특위 여·야 간사들 또한 당 차원의 결단이 요구되는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해 당에서의 논의를 거쳐 다시 합의에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결단이 내려지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배경에 복잡한 정치적 셈법들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평론가들은 4차 추경안 처리과정이 단순히 통신비 지급과 독감백신 무료접종의 의견대립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상대에게서 양보를 이끌어내야 하는 정치적 상황에 직면했지만 실제 상대를 움직일 채찍 혹은 당근이 부족한 현 상황을 들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민주당은 ‘협치’를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야당에 끌려가는 모습을 더는 연출해선 안 된다는 지지층들의 요구와 당내 인식이 바탕에 깔려있다. 더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통신비 지원을 원점으로 철회할 수도 없고, 추경규모를 늘리기엔 부담이 커 증액을 결정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의 독주가 이어지는 와중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나 주호영 원내대표의 지도력(리더십)을 확립하고 제1야당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4차 추경안에 대한 입장을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에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이상직 의원, 김홍걸 의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측면공격도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는 것.
반대로 추 장관 사퇴 혹은 특별감찰관 도입 등 추가적인 정치적 유리함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4차 추경안을 민주당의 뜻에 따라 맞춰주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봤다. 정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해 뚜렷한 성과나 가시적 대가가 없는 상태에서의 합의가능성도 일부 있다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현재 야당의 전략이나 목표가 분명하지 않은 점들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통신비 지원을 하겠다고 한 만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며 “이에 4차 추경안 처리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야당도 도전에 직면한 만큼 별다른 소득 없이 합의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