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102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는 93.3%가 명절증후군이 두렵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이 중 15.9%는 ‘피로누적’을 그 이유로 꼽았죠.
올 추석 덜 힘들 방법은 없을까요. 쿠키뉴스는 ‘밀키트’에서 해답을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밀키트란 Meal(식사)과 Kit(키트,세트)의 합성어. 손질된 식재료와 믹스된 소스를 이용해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식사 키트를 말합니다. 쿠키뉴스 5명의 기자는 직접 9가지 메뉴 밀키트를 주문해 조리하고 일반 추석 음식과 그 맛을 비교해봤습니다.
먼저 재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명절에 흔히 즐기는 메뉴인 송편, 만두, 잡채, 육전, 훈제오리무쌈, 소 갈비찜, 소 불고기, 소고기 뭇국, 갈치조림 등 9가지 메뉴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장을 보기 위해 밀키트 판매 전문 사이트에 접속했는데요, 밀키트 장을 보는 데에는 약 15분이 소요됐습니다. 적잖이 놀랐습니다. 명절 전 1~2시간 시장과 마트에 들러 좋은 식재료를 골라야 했던 평소 명절과 비교하면 시작부터 큰 수고를 덜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가격에 다시 놀랐습니다. 9가지 음식을 준비하는 데에 든 비용은 총 14만4700원. 소비자교육중앙회 대전지부가 지난 24일 조사한 4인 기준 차례상 비용(26만1612원)에 비하면 11만6912원을 절약한 금액입니다.
24일 오후에는 이날 오전 새벽배송으로 받은 신선한 밀키트 재료를 들고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한 공유주방에 모였습니다. 요리에 서툰 일명 ‘요똥’(요리 똥손·요리에 서툰 사람을 부르는 말) 기자들은 밀키트를 들고 한참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뒷편에 조리법 나와 있어요!” 밀키트 겉 포장지에는 자세한 조리법이 기재돼 있었습니다. 손에 하나 둘 밀키트를 집어 들어 조리법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재료 손질에 시간이 가장 많이 소요되는 메뉴인 잡채를 가장 먼저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예상은 정반대. 모두 채 썰어져 있던 잡채 재료는 볶고 버무리기만 하면 끝이었습니다. 면을 삶고 야채를 볶고 버무리고. 잡채를 완성하는 데에까지 걸린 시간은 단 15분이었습니다.
갈비찜은 질기지 않게 고기를 삶는 것이 관건. 밀키트만 있으면 요리에 서툰 이들도 질기지 않고 고기 누린내 나지 않는 갈비찜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갈비찜 양념에 재워진 고기는 모두 익혀져 밀키트에 동봉돼 있었습니다. 정량의 물에 당근을 넣고 끓이다 소갈비, 나머지 채소를 넣고 마무리하면 15분 만에 갈비찜 조리를 끝낼 수 있습니다.
재료만 넣으면 10여분만에 뚝딱 완성되는 요리에 30대 남성 A기자는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 생신날 아침에 생일상 차려드려도 좋을 것 같아요” 밀키트 효도를 다짐한 A기자가 완성한 메뉴는 9가지 중 3가지나 됐습니다.
의외의 복병은 송편에서 만났습니다. 레시피대로 쌀가루에 정량의 물을 넣고 반죽을 치대면 송편 반죽 준비 완료. 그러나 송편 소를 넣고 모양을 잡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울퉁불퉁 처음 보는 모양으로 접시 위에 올려진 송편을 보고서는 사진 촬영을 도와주러 자리한 B기자가 급기야 팔을 걷어 부쳤습니다. 송편을 빚을 때는 반죽이 터지지 않을 정도의 소를 넣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마지막 1개 멀쩡한 송편을 빚을 수 있었습니다.
9가지 요리를 완성하는 데에 걸린 시간은 1시간10분. 하루종일 추석 음식에 매달렸던 평소 추석 풍경과 비교하면 많은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완성한 요리를 예쁜 그릇에 담은 뒤 맛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5명의 기자의 공통 평가는 “맛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정량의 물과 적당량의 양념들. 조리법에 기재된 시간대로 조리만 하면 일단 맛은 보장됐습니다. 맛과 간편함이 보장된 밀키트, 다음번에도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단, 조리가 쉽다고 추석 음식 준비가 모두 수월한 것은 아닙니다. 수북이 쌓인 쓰레기와 조리하며 사용한 식기들. 뒷정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조리하면서 시간이 남는 기자들이 조금씩 뒷정리를 시작하자 이마저도 큰 어려움은 아니었습니다.
명절 증후군으로 올 추석을 두려워하고 있을 이들. 올해는 밀키트로 간편하게 추석 음식을 차려보자고 제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동시에 너도나도 나서 틈틈히 손을 돕는다면 올 추석은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명절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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