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젊은이를 일컫는 용어다.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406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2%가 ‘캥거루족은 취업난과 불경기 등으로 당연한 현상’이라고 답했다. 스스로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32.1%로 적지 않았다.
캥거루족이 늘어나는 원인으로는 취업난이 꼽힌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이 어려워 독립 역시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김모(24·여)씨는 “대학 졸업하자마자 독립을 한다는 건 부자가 아니고서야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 후 취업 공고가 눈에 띄게 줄어 경쟁률이 치열하다”면서 “지원서를 쓰는 족족 서류전형부터 탈락해 필요한 스펙을 더 갖추려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원비 등 비용이 상당해 부모님의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졸업 후 고시를 준비 중인 고모(24·여)씨는 “고시 공부를 하는 데에는 인강비, 교재비, 독서실비 등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생활비에 보탤 정도지 서울에 집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시 준비기간과 취업 후 자리잡기까지 기간을 생각하면 향후 몇 년간은 독립이 어려울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취업을 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고공행진 중인 집값 등으로 인해 독립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한 청년주택에서 가장 작은 14.35㎡ 넓이의 방은 월 임대료 30만 원에 보증금은 4500만 원이다. 서울의 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모(31)씨는 “서울에 위치한 학교 근처에 월세방만 해도 월 50만원은 기본”이라면서 “월세가 싼 청년주택 등을 알아봤지만 서울에 몇 개 없을뿐더러 위치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청년주택의 보증금만 해도 몇 천만 원인데 사회초년생이 마련하기는 힘든 돈이다”라며 “굳이 힘들게 나와 살 이유가 없어 그냥 집에서 통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캥거루족 확산의 원인으로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상승’을 꼽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일자리를 얻기 힘든 데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해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지 못한 청년들이 많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자녀를 많이 낳았던 과거에 비해 요즘은 한 자녀 혹은 두 자녀 가정이 많기 때문에 부모의 지원이 많다”면서 “자녀들이 취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부모가 자녀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정서도 크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청년들이 성인이 된다면 독립적인 사회적 기반을 갖춰야 사회를 이끌어가는 세대가 원활하게 교체될 수 있다”면서 “독립이 늦어진다면 사회의 세대간 신진대사가 막혀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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