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치권이 20대 후반기 국회부터 대립각을 세워왔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두고 다시 전쟁을 벌일 조짐이다. 전쟁의 최전선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부터 공수처 출범의 가속페달을 밟았다.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은 5일 한 언론을 통해 공수처 출범을 가로막고 있는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구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개정안 처리를 시사했다.
야당이 후보추천위 위원추천을 하지 않아 후보추천위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의 돌파구라며 여·야 원내교섭단체에게 주어진 위원추천권을 국회에서 통합추천하는 김용민 의원(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안을 정해진 기한 내에 논의해 처리하려는 의견을 검토 중이라는 것.
이와 관련 윤 위원장은 “공수처장 추천위 구성이 계속 안 될 경우 법사위에서는 10월 중 개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사위 의결로 별도의 소위 심사기일을 지정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윤 위원장의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질 경우 제1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개정안 통과는 기정사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원장을 포함해 법사위원 18명 중 11명이 민주당 소속 위원인데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 5명을 제외한 1명조차 사실상 민주당과 뜻을 같이 하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원내대표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은 개정의 당위성 설파에 집중하고 있다. 법사위원이자 민주당 최고위원인 김종민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이 헌법재판소 결정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계속 지연하는데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계속 시간끌기로 일관하면 법사위 법개정 작업도 조속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해련·박범계 의원도 공수처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하며 힘을 실었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이날 윤 위원장과 민주당의 의중이 전해진 직후 ‘누구를 위한 공수처법인가’라는 제목으로 “‘그들만의 공수처법’에 야당도 반대, 검찰도 반대, 법원도 반대, 경찰도 반대다. 오직 청와대와 여당만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고 논평했다.
이어 “습관적 날치기에 익숙해진 정부여당은 슬그머니 공수처법 통과에 시동을 걸고 있다. 보장된 야당의 비토권마저 무력화시키고자 공수처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한 것도 모자라 갖가지 개정안을 발의하며 악법 통과를 위한 온갖 꼼수를 준비 중”이라며 “밀어붙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야당과 검찰, 법원, 경찰이 왜 그렇게 반대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도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해 대법원과 검찰에 이어 경찰청까지 반대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기관은 공통적으로 공수처의 권한과 책무 그리고 각 수사기관들과의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훼손될 위험성을 지적한 것”이라며 “공수처법 개정안은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만약 공수처법 개정안이 또다시 집권 여당의 ‘쪽수’로 통과된다면 이 땅의 의회민주주의는 사망선고를 받게 될 것”이라며 “집권여당은 공수처 개정법안에 대한 야당과 관계기관의 반대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 부디 공수처 설립의 본연적 취지를 살리는 현명한 판단을 바탕으로 전향적인 자세를 가지고 공론의 장으로 나오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윤 위원장은 공수처법 개정안이 법사위 법안소위에 상정된 지난달 23일, 오는 6일까지 소위에서 개정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해달라고 구두요청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간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 황제휴가 논란 등이 불거지며 개정안 논의는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는 26일까지인 국정감사 기간 중 강행처리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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