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지난 2016년 자신이 처방받거나 근무하는 병원에서 의료용 수면제로 쓰이는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과 식욕억제제 벨빅 등을 훔쳐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판매한 간호사 등 1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9월 18일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소속 직원 4명이 인터넷을 통해 대마를 구해 투약한 혐의로 입건됐고, 같은 달 22일에는 부산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가 SNS에 졸피뎀,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 판매 광고글을 올리고 마약을 판매한 22명과 이를 구매해 투약한 14명 등 36명을 검거했다.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큰 의료용 마약류가 의료기관에서 상습적으로 도난‧분실되고 온라인 등을 통한 마약류 불법유통 사례도 늘고 있어 마약류 단속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강병원 의원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19년간 발생한 의료용 마약류 도난 사고는 178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도난·분실된 의료용 마약류(정·앰플·바이알 등)는 3만5211개에 달했다.
기관별 발생량을 살펴보면 약국이 2만3464개로 가장 많았고, 이어 병·의원이 7666개, 도매상, 제조업자, 수출입업자, 학술연구자 등 기타가 4083개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도난·분실된 의료용 마약류(정·앰플·바이알 등)는 졸피뎀(수면제)으로 9989개였다. 이어 펜디메트라진(식욕억제제) 2891개, 디아제팜(항불안제) 2836개, 에티졸람(수면유도제) 2751개, 펜타닐(진통제) 1989개, 알프라졸람(정신안정제) 1483개, 로라제팜(정신안정제) 1378개 순으로 나타났다.
오·남용으로 심각한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프로포폴’ 역시 도난·분실된 수는 605개에 달했다.
강 의원은 “의료용 마약류 도난의 경우, 법망과 규제를 비웃으며 반복되고 있다”면서 “상습적인 도난 대상인 졸피뎀, 펜디메트라진 등은 약물 특성상 중독성이 매우 강하고, 환각 작용 등을 불러일으키며, 오·남용할 경우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 약물이다. 특히 성폭행 등 강력범죄에 악용할 소지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불법 유출된 마약류는 추적이 어려워 주요 마약 유통로로 부상한 온라인상에서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5일 국회 보건복지위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를 조사 및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5년 7개월간 적발된 인터넷 마약류 판매 광고는 1만 6930건에 달했다. 적발된 광고건수는 2015년 1094건, 2016년 1310건, 2017년 1328건, 2018년 1492건, 2019년 9469건 등으로 매년 증가했으며, 올해 7월 기준으로도 2237건이 적발됐다.
인터넷 마약류 광고가 기승을 부리면서 마약류 사범 검거 건수도 증가하고 있다. 강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8개월간 경찰에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2015년 7302명, 2016년 8853명, 2019년 1만411명, 올해 8월말 기준 7836명 등으로 매년 증가해 총 5만 139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지난해 검거된 인원수는 2015년 대비 4년새 42.6%나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의원은 “인터넷이 발달되면서 마약 유통이 현장에서 이뤄지지 않고 비대면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시대 흐름에 따라 마약 단속도 방법을 바꿔 사이버조사단 마약 담당 인력을 대폭 확충한 후 불법 광고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수사의뢰, 합동단속 등 경찰과의 공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다크웹·가상통화를 악용한 마약류 거래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국무총리 소속 마약류대책협의회는 범정부 차원의 마약류 범죄 대응체계 강화를 위한 4/4분기 집중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협의회는 마약류 범죄 발생 동향을 분석해 이달 말까지 ▲다크웹·가상통화 이용 마약류 사범 ▲의료용 마약류 사범 ▲양귀비·대마 밀경사범 ▲외국인 마약류 사범 ▲클럽 마약류 사범 등 마약류 거래 등에 대한 맞춤형 집중단속을 실시할 계획이다.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의 도난·분실시 관리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행정처분 기준을 강화했다. 식약처는 의료기관에서 종업원의 관리 소홀로 의료용 마약류가 도난‧분실되는 경우 1개월 업무정지를 내리기로 했다. 아울러 병‧의원 등에서 마약류를 질병의 치료·예방 등 의료용 목적 외로 사용한 경우에는 업무정지를 6개월에서 12개월로, 처방전에 따라 투약하지 않거나 거짓 처방한 경우는 업무정지 1개월에서 6개월로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국회에서는 식약처에 마약류 단속에 대한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 강병원 의원은 “현재 사법경찰직무법상 식약처 특사경 업무엔 의료용 마약류가 빠져있어 직무범위에 의료용 마약류를 포함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의료용 마약 전용 의심사례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의로 의료용 마약류를 빼돌리는 경우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분실도 끝까지 추적·환수해 약물 오·남용과 악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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