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가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돼 공급이 중단됐던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제품의 안전성을 확인했다. 다만, 0도 미만의 저온에 노출됐거나 운송 중 온도확인이 되지 않은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수거를 결정했다.
질병관리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달 21일 공급 중단된 인플루엔자 백신에 대해 유통조사 및 품질평가를 실시한 결과, 일부 물량을 제외하고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6일 발표했다.
정부는 백신의 품질과 사용 적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백신 유통 과정에서 기준온도(2∼8℃)가 얼마나 유지됐는지 콜드체인을 조사하고 ▲배송된 백신은 안전하고 유효한지 품질을 검사하며 ▲공급된 백신이 어떤 온도에서 얼마나 오래 품질을 유지하는지 안정성(Stability) 시험을 실시했다.
문제가 된 독감 백신은 지난 9월 10일부터 21일까지 전국 17개 시·도, 약 1만1808개의 접종기관(보건소 및 의료기관)에 총 539만도즈가 공급됐다.
백신은 제조·수입사에서 조달 계약 업체인 신성약품과 디엘팜(컨소시엄 업체)으로 출하된 후, 계약업체 냉장창고에서 1톤 냉장차량으로 접종기관에 배송되거나 11톤 냉장트럭을 통해 물류센터 등 거점으로 이동해 1톤 냉장트럭으로 분배돼 접종기관으로 배송되는데, 신성약품·디엘팜은 보관 과정에서 적정온도(2~8도)를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도권·강원·충청지역은 도매상으로부터 배송차량이 직접 의료기관·보건소에 배송됐고, 호남·영남·제주는 도매상에서 11톤 차량이 권역별로 백신을 운송한 후 해당 지역에서 1톤 차량으로 배분을 거쳐 의료기관·보건소에 전달됐다.
이 과정에서 호남지역으로 이동한 일부 11톤 차량이 야외 주차장 바닥에 백신을 내려두고 1톤 차량으로 배분한 사실이 확인됐다. 영남 및 제주로 이동한 11톤 차량은 물류센터에서 팔레트를 이용하거나 차량 간 직접 1톤 차량으로 배분됐다. 해당기간 1톤·11톤 차량의 운송횟수는 391회이며, 잠시라도 2~8도를 벗어난 운송횟수는 196회로 확인됐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의 평균은 88분이었으며, 11톤 냉장차량은 평균 1.1도~14.4도, 1톤 냉장차량은 0.8도~11.8도의 온도 분포를 보였다. 일부 차량의 경우 운송 중에 일부 시간이 0도 미만 온도로 내려간 사례도 있었다. 기준을 벗어난 운송시간은 11톤과 1톤 차량의 기록을 합산했을 때 약 80%가 3시간 이내였으나, 1톤 차량 1건은 적정온도를 800분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식약처는 독감백신 유통과정에서 품질 변화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조달계약업체가 공급한 8개 제품, 78개 제조번호, 1만2736도즈의 백신에 대해 품질평가를 실시했다. 시험 항목은 효과를 확인하는 항원단백질 함량시험, 안전성을 확인하는 발열반응시험 등 총 7~9개 항목이다. 시험기간은 무균시험이 14일로 가장 길며 그 외 시험은 항목별로 1일 내지 2일이 소요된다.
제보 내용을 근거로 상온 노출 의심 제품 등에 대해 5개 지역인 광주, 전북 전주, 충남 계룡, 서울 양천, 서울 구로에서 2품목 750도즈를 수거해 국가출하승인 전 항목을 검사한 결과, 무균시험을 포함해 전 항목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품질변화가 우려되는 제품에 대해 경북 영주, 서울 도봉, 경북 봉화, 서울 강남, 경북 구미, 전북 군산, 광주, 경북 경산, 서울 관악 등 9개 지역에서 3품목 1350도즈를 수거해서 검사한 결과, 시험항목 모두 적합했다. 이 검사에서는 열(온도)에 의해 품질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무균시험은 생략했다.
또 인천지역 요양병원에서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사망사례와 관련해 해당 요양병원에 잔여 백신(58도즈)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검사가 진행 중인 무균시험을 제외한 검사항목 모두 적합했다. 무균시험 결과는 10월 14일에 완료된다.
아울러 식약처, 제조사, 한국의약품시험연구원은 제품이 유통과정에서 일시적으로라도 콜드체인을 벗어나 노출될 수 있는 환경들을 고려하기 위해 25℃ 및 37℃ 조건에 일정 시간 백신을 보관한 후 품질 유지여부를 평가하는 것으로 단독 또는 교차시험을 실시했다.
각 기관의 시험결과를 식약처가 종합 검토한 결과, 8품목 모두 25℃, 24시간 이상의 조건에서 품질이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
37℃ 조건에서 8품목 중 5품목은 72시간 이상, 1품목은 48시간 이상 품질이 유지됐으며, 나머지 2품목은 12시간 조건에서 품질에 변화(항원단백질 함량시험, 불용성 미립자시험)가 나타났다. 2품목에 대해 25도 조건으로 추가 평가를 실시했으며 12시간, 24시간이 지난 후에도 품질이 유지됐다.
이번 콜드체인 조사결과 37℃ 조건에서 운송된 백신은 없었다.
식약처와 질병청은 배송 운송과정에서 노출된 정도와 시간을 고려할 때, 백신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성백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의료계와 산·학·연이 전문가 회의를 3번 진행했다"면서 "독감백신 대부분은 3시간, 최대 16시간까지 상온에 노출됐는데, 독감백신을 최대 상온에서 24시간까지를 적용했을 적에라도 우려할 만한 백신 효과의 감소를 초래하지 않고, 외부 오염 등에 의한 안전성 문제의 우려도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신 효력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일부 백신에 대해서는 수거조치를 하기로 했다. 호남 일부 지역에서 백신 상·하차 작업이 야외에서 이루어지면서, 백신이 바닥에 일시 적재됐던 물량(17만 도즈), 적정 온도(2~8도) 이탈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게 배송된 물량(2000도즈), 개별 운송돼 운송 과정에 온도 확인이 되지 않은 물량(3만 도즈) 등 총 48만 도즈를 수거해 접종되지 않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또 독감백신은 동결될 경우 효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에 따라 운송차량 온도기록지상 0℃미만 조건에 노출된 것이 확인된 27만 도즈 물량은 수거 조치할 계획이다. 성 교수는 "백신 보관 온도가 고온인 경우에는 백신의 화학적인 변화가 초래돼서 효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동결됐을 때 백신의 함량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다시 녹일 경우 백신이 뿌연 침전물 형태로 되는 일이 왕왕 있다"면서 "그러면 주사기가 막히는 등 접종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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