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돌멩이’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무력감의 종착지

[쿡리뷰] ‘돌멩이’ 어느 편도 들 수 없는 무력감의 종착지

기사승인 2020-10-07 06:06:01
▲ 영화 '돌멩이' 포스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영화 ‘돌멩이’(감독 김정식)는 일어나자마자 야구모자를 쓰고 닭 모이를 주고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나서는 석구(김대명)의 평화로운 뒷모습에서 시작한다. 마을의 아름다운 풍광 속에 정미소를 운영하며 단조로운 일상을 즐기던 석구는 소매치기로 오해받은 가출소녀 은지(전채은)의 누명을 벗겨주며 가까워진다. 친구로 지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을 쉼터의 김 선생(송윤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지만, 성당의 노 신부(김의성)는 안심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비 오는 밤 정미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사건’이 되고, 이후 석구를 둘러싼 모든 것이 바뀐다.

영화는 한순간의 오해로 지탱하던 삶이 완전히 무너지는 석구의 모습을 끈질기게 그린다. 석구를 오랫동안 돌본 노 신부와 짧은 시간 지켜본 관객들은 석구가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초반부에 그려진 석구의 순수함과 무해함은 사건이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걸 입증하는 알리바이다. 하지만 영화 속 세상은 그렇게 보지 않는다. 관객들은 석구가 억울함을 표현하지도 못한 채 발붙일 곳 없이 서서히 세상 밖으로 밀려 나가는 걸 지켜봐야 한다. 고통스러운 일이다.

‘돌멩이’는 석구의 입장에서 서사를 전개하는 동시에 은지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김 선생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그린다. 석구가 친구의 마음으로 은지를 걱정했다는 걸 아는 관객들마저 김 선생의 분노를 이해할 수 있다. 사건을 목격한 그 순간을 김 선생의 시선으로 함께 경험했기 때문이다. 석구의 유해함을 확신하는 김 선생의 싸늘한 태도는 지역 사회로 빠르게 확장된다. 노 신부와 김 선생의 대화에서도 관객은 어느 편도 들 수 없이 무력하게 지켜봐야 한다. 이 역시 고통스러운 일이다.

▲ 영화 '돌멩이' 스틸컷

‘돌멩이’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 사건을 중심으로 오해와 편견이 한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려는 듯 보인다. 주제 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영화는 사건이 해결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치 세상 어딘가에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는 듯, 인물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각자의 입장에 맞게 현실적으로 움직인다. 다만 미성년자 성폭행 미수라는 일어나선 안 될 끔찍한 사건을 두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균형감 있게 그리는 시도가 얼마나 많은 공감을 얻을지 알 수 없다. 장애가 있는 인물에 대한 편견과 삶을 이야기하기 위해 어린 여성의 삶이 완전히 무너질 사건을 소재로 꼭 다뤄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영화의 주제 의식과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이 나올 수 있으나, 배우의 연기엔 한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특히 8세 아이의 마음을 가진 30세 석구를 연기한 배우 김대명의 활약이 눈부시다. 오랜만에 악역에서 벗어난 배우 김의성과 보호자로서 혼신을 다하는 배우 송윤아가 대립하는 순간들도 주목할 만하다.

오는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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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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