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서해상 북한 해역 인근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피살된 후 소각된 사건과 관련 우리 정부의 초기대응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7일 국방부를 대상으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방부와 해경이 실종사실을 인지하고도 북한군이나 주변 해역에서 운항 중인 북한 선적들에게 ‘국제상선통신망’을 통한 구조요청을 하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했다.
국제상선통신망은 긴급 상황 발생 시 주변 배들에게 관련 사실을 전하기 위한 음성통신망으로 지난해 북한 선적이 율릉군 등에 표류했을 때에도 북한 선박이 국제상선망을 활용해 구조요청을 보내 인계 후 인도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하 의원은 “국제상선망은 주변 배들은 다 듣는다. 북한 배에도 듣는다. 실종자가 발생했으면 구조요청을 보내고 발견하면 인계하라고 요구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북한도 썼던 통신망을 우리는 왜 활용하지 않았냐”고 강하게 추궁했다.
이어 “사망한 공무원은 대한민국 국민을 구하려 노력했고 상을 받았는데 정작 본인은 구조돼야할 상황에 대한민국이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만약 국가가 신변안전의무를 게을리 했다면 국가가 배상을 해야 한다. 분명 북한이 피살하고 소각한 것은 잘못이다. 하지만 국방부도 유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욱 국방부 장관과 여당 의원들은 하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방부와 우리 정부의 대응이 신속하고 정확했다”는 등 옹호발언을 쏟아내며 하 의원의 주장에 반박했다.
서 장관도 “월요일 보고를 받을 당시에는 조류흐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월북 가능성은 낮다, 없다고 보고 받았다. (더구나) 첩보를 가지고 북을 향해 액션(행동)을 취하기에는 리스크(위험)가 있었다”면서 “통신은 당시 확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나아가 “우리들이 (북한의) 선박이 떠내려 오면 구조해 인계하듯 북한에서도 실종자를 발견했다면 구조해 보내는 모습을 생각했다”며 북한의 잘못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수색의 주체가 누구냐는 민홍철 국방위원장(더불어민주당)의 질문에는 ‘해경’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에 하 의원은 “남북한 바다 사이에 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우리 국민이 바다에 표류했는데 단 한 사람도 북한으로 갈 가능성을 열어둔 사람이 없고, 통신망을 통해 실종자 구조 및 인계 요구를 하지 않을 수 있냐”며 “분명한 직무유기다. 국방부는 응분의 책임을 져야하고, 국회는 반드시 책임을 지우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서 장관은 “유가족의 상심과 비탄에 대해서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북한의 행위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다. 진상 규명이 돼야 하며 공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 합동조사와 진상규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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