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 공정성·투명성 등 질타

선관위 이대로 괜찮은가? 국회, 공정성·투명성 등 질타

그때그때 다른 해석에 규정·근무태도도 ‘문제’… 야당 의원들 ‘맹비난’, 여당도 일부 ‘우려’

기사승인 2020-10-13 13:48:20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선출을 목적으로 한 4·15총선 전후로 이뤄진 선관위의 행태가 편파적이고 불공정했다는 논란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관위 운영조차 의혹투성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정치권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선관위를 대상으로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은 선관위의 오락가락한 공직선거법 유권해석을 여러 사례를 들어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정당인 정의당 의원들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과거에는 허용했던 모의선거를 총선에선 금지하는 유권해석을 내린 점을 꼬집었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비례민주당’은 허용하면서도 ‘비례○○당’이라는 여타 당명은 허용하지 않거나, ‘안철수신당’, ‘국민당’은 불허하고 ‘국민의당’은 허용하는 등 판단기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해석을 내놨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의 공동출정식에 쓰인 버스는 문제삼으며 공동공약발표는 문제없다고 한 행정조치에 대해서도 의아함을 드러냈다. 

당시 미래한국당(현 국민의힘)이 내건 ‘민생파탄’, ‘거짓말 OUT’ 등의 표현은 쓰지 못하도록 하면서 민주당이 내건 ‘100년 친일청산’, ‘70년 적폐청산’은 허용한 것은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혹평까지 쏟아냈다. 이밖에 이날 국감에서는 황운하 의원이 공무원 신분으로 정당가입해 공천을 받고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것에 대해 선관위가 정당하다고 해석한 것도 문제가 됐다.

하지만 선관위는 일련의 해석문제를 모두 부정했다. 김세환 사무총장은 “부정선거는 없었다”고 못 박으며 정당한 절차와 선례, 법률에 의거해 판단했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부 규정이 없어 불법성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일관된 해석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는 판단이나 입장이 다를 수 있다는 등의 답으로 즉답을 피하기도 했다.

김세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선관위 기관 운영 및 투명성도 문제시… 개선의지는 ‘글쎄’

지금은 사라진 비례위성정당의 등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당정치의 왜곡문제나 인터넷 정보의 부정적 영향관리, 선거비용 집행의 부적절성도 지적됐다.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로 선거에 영향을 미친 점이나 사전선거제와 본 투표 사이의 일정차로 인한 무효표 양산 및 정보의 비대칭성, 관례적으로 대법관이 선관위원장에 임명되는데 있어서의 편향성 등도 화두로 부상했다.

선거사범 등 개별사안에 대한 공개기준의 부재를 비롯해 개표결과에 대한 사후감사가 이뤄지지 않는 점, 부정투표 의혹을 불러온 부실한 선거관리부실, 선관위 내 여성고위공직자의 미진함,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소극적 태도와 조직부재, 선관위 내 성비위 문제 혹은 음주운전 등 범법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등 기관 운영문제까지 질타와 지적이 쏟아졌다.

여당과 야당의 구분 없이 정치권은 선관위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선관위는 명쾌한 답변도, 분명한 개선의지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저 국가혁명배당금당에서 당선권에 들지조차 못한 77명의 여성후보를 내고 8억4000만원의 지원금을 받거나 선거보존비용 반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공감한다. 법 개정 등을 통해 개선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심지어 최근 선관위 직원의 성비위나 음주운전 사건을 지적한 민주당의 이해식 의원의 솜방망이처벌에 대한 개선요구조차 “사례 중 아는 사례가 있다. 그 경우 당초 징계가 한 단계 높았지만 표창으로 경감된 것”이라고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재난지원금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친 행위에 대해서도 일부 긍정하면서도 별다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왜 민주당 의원에게는 선관위가 접수한 공직선거법 상 신고사항 등을 알려주고 야당에겐 알려주지 않는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정치자금 부당사용 의혹 등 사회적 논란이 된 문제에 대한 선관위의 입장이나 조치에 대한 질문 등에 대해서도 “공개규정은 없다. 사실관계를 답한 것”이라거나 “시효가 만료돼 조사실익이 없다”는 식으로 비난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관련 서영교 행안위원장은 오후 질의를 마치며 “선거 중 선관위가 이렇게 하라고 하는데 어기면 당락이 좌우된다. 그런데 선관위는 (국감에서) 지적하는 부분을 잘 이행하지 않는 듯하다. 좀 더 확실히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면서 4·15총선 후 선거제도 및 운영에 논란이 되고 있는 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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