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임중권 기자 =최근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 맞춰 해운업계 역시 20여 분기 만에 흑자를 거두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하는 해운업계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인 운하란 무엇이며, 국제무역에서의 운하의 중요성 등을 알기 쉽게 문답식으로 정리했다.
배가 지나가는 길, 운하
운하란 육지에 있는 땅을 파서 배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만든 인공 물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운하로는 지중해와 수에즈만·홍해·인도양을 잇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경계에 자리한 수에즈운하가 널리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전라와 충청에서 서울로 가는 안전한 뱃길을 만들기 위해 추진됐던 굴포운하가 있다. 굴포운하는 태안군 태안읍 인평 도내리와 서산시 팔봉면 진장 어송리 사이에 뱃길을 내기 위해 고려 인종(1134년) 때부터 조선 현종(1669년) 때까지 530여 년간 10여 차례나 시도됐지만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수천 명의 인력을 동원했음에도 암반이 물 밑에 있고, 조수의 왕래가 커 파면 파는 대로 메워져 공사가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웃 나라 중국은 수양제(煬帝) 양광(楊廣)이 연인원 1억명을 동원해 준공한 경항대운하가 유명하다. 이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고대 운하다. 북경에서 항주까지 이어지며 길이만 1500km에 달한다.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에즈 운하
지중해와 수에즈만·홍해·인도양을 잇는 수에즈운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운하다. 운하는 1869년에 개통됐다.
개통 이전에는 수에즈 지협이 지중해와 홍해 사이를 가로막고 있어서 유럽에서 인도로 가기 위해서는 아프리카 남쪽의 희망봉을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수에즈운하가 뚫리며 선박들은 지중해를 거쳐 곧장 인도양으로 갈 수 있게 됐다.
이 운하는 그 길이만도 193km에 달하며, 이곳으로 이동하는 하루 원유의 양은 180만 배럴이나 된다. 연간 통과하는 선박도 연간 3만4456척 이상이다. 운하의 물동량이 국제 유가를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국제 무역 체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전 세계 해상무역에서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비율이 8%에 달한다. 만약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않을 경우 미국으로 가는 데는 10일, 북부 유럽으로 가는 경우에는 19일이 더 소요된다고 하니 수에즈운하가 해상운송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이집트 재정에서 수에즈 운하의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도 13%가량으로 추정된다.
한편 유조선의 사이즈 중 ‘수에즈막스’라고 불리는 선형이 바로 여기서 나온 명칭이다. 만재한 상태에서 이 수에즈운하를 통행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형이라는 뜻이다.
수에즈막스 유조선은 통상적으로 12만에서 16만DDWT급의 선박이다. 배의 밑바닥은 운하의 밑바닥처럼 뾰족해야 하며, 운하를 통과하는 데는 8노트 속도로 대략 15시간이 소요된다고 알려졌다.
20세기 세계 7대 불가사의 파나마 운하
파나마운하는 ‘수에즈운하’에 이어 인공적으로 만든 지구상에 존재하는 두 번째 운하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해 아메리카 대륙과 유럽 대륙의 거리를 단축한 길이 77km의 운하다.
파나마 지협에 운하 건설을 처음 착공한 것은 1880년 이후 파나마 정부는 수에즈 운하를 건설한 프랑스의 레셉스에게 건축을 허가했지만, 공사를 하던 회사가 도산하면서 사업은 실패하고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 미국이 프랑스 회사로부터 운하 굴착권과 기계·설비 일체를 넘겨받아 1914년에 완공했다. 미국 정부는 그 뒤 85년 동안 운영권을 가지고 있다가 1999년 12월에 파나마 정부에 이양했다.
파나마운하는 20세기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힐 만큼 신공법과 신기술장비가 총동원되는 고난도의 복잡한 공사였다. 공사 기간도 장장 10년에 걸친 대작업이었다.
파나마운하는 바다에 있는 배를 산 정상까지 끌어올려 파나마를 관통시킨 후, 다시 산 아래로 배를 끌어 내려서 바다로 흘려 보내주는 시스템이다. 선박이 운하를 통과하는 데는 보통 8시간 내지 10시간이 걸린다. 운하를 통행 가능한 최대 선박을 파나막스급이라고 부르고 있다.
배의 친구, 세계의 항구
해운업계의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하고 출항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항구의 중요성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1위의 컨테이너 항만은 상하이항이다. 상하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로 1만8000km로 긴 중국 해양선의 중간에 자리했다.
양쯔강 입구에 자리한 해안 도시 상하이는 오랫동안 중국의 전략적 요지였다. 1800년대에는 중국과 유럽을 이어주는 항구로써 중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필수적 역할을 해왔다.
2010년 처음으로 당시 세계 1위였던 싱가포르항을 앞질렀으며, 이후 줄곧 세계 물동량 1위의 항만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상하이항은 총 8개의 컨테이너 터미널로 구성됐다.
유럽의 관문, 로테르담항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은 유럽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 항만이다. 연간 처리능력은 약 450만톤으로, 3억5000만 이상 소비자의 유럽 시장을 이어주는 물류거점항이다.
도심에서 북해에 이르기까지 약 40킬로미터에 걸쳐 있다. 북해에 있는 유로 해협을 경유하며 최대 흘수 75피트인 선박까지 만재한 상태에서 이 항구에 입항할 수 있다. 모든 종류의 다양한 제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네덜란드는 척박한 땅과 기후, 국토의 대부분이 해수면보다 낮은 불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북해 상의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여건을 활용해 유럽의 관문과 물류센터로 자리 잡았다.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