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산시 '버드파크' 기부채납 할 수 없다③…"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위반"

[단독] 오산시 '버드파크' 기부채납 할 수 없다③…"도시교통정비 촉진법 위반"

도시계획시설인 오산시청사는 교통영향평가 대상

단일에서 복합용도 건축물로 바뀌어 증축 연면적만이 아닌 용도 고려했어야

기사승인 2020-10-14 10:46:37
▲부설주차장 없이 증축되고 있는 오산버드파크

[오산=쿠키뉴스 박진영 기자] 경기도 오산시의 생태체험관(버드파크) 건립사업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공유재산법)'에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을 함부로 준용해 위법하다는 논란에도 공사는 계속되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이 아닌 버드파크(문화 및 집회시설) 기부를 통해 받고 이에 대한 대가로 오산시는 민간업자에 최대 20년 운영권을 주려 한다. 

오산시가 버드파크 기부를 받아들이면 이 시설은 행정재산이 된다. 공유재산법에서 행정재산은 반드시 5년 안에 행정목적으로 사용돼야 하며, 수익시설 등 상업적 성격의 시설은 무상 사용·수익허가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법에는 기부재산에 대해 행정 목적 또는 용도에 장애가 되지 않으면 최대 20년 동안 사용·수익을 허가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도서관, 박물관 등의 일부 수익시설(매점 등)에 해당하는 것으로 기부받은 시설 전체는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다.

또 행안부는 "기부채납시 사용·수익권은 운영권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기부한 행정재산 중 일부 수익시설에 대해 기부자가 사용·수익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라며 "행정목적의 사업을 운용하고 경영하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기에 기부자가 무상 사용·수익허가에 대해 운영권, 용역 등을 요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오산시는 공유재산법 주관 부처인 행안부의 이런 유권해석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왜 그러는지에 대한 명쾌하고 공식적인 해명이나 반론도 없이 마이동풍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시비가 단 한 푼도 들어가지 않는 사업"이란 점만 강조한다. 마치 시비가 안들어가면 법은 무시해도 된다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오산시 버드파크의 공유재산법 위반 논란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만약 버드파크가 준공돼 오산시가 기부채납한다 해도 이 논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버드파크에 대한 또 다른 위법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심지어 버드파크 기부채납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버드파크는 공유재산법 위반, 건축법·주차장법 위반 논란에 이어 이번엔 '도시교통정비 촉진법(도시교통정비법)' 위반 의혹이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 자가당착에 빠진 오산시, 부설주차장과 교통영향평가 사이

오산버드파크 개장으로 발생하는 예상 이용인구는 일 평균 500명이다. 평일은 300명, 주말은 1000명이 예상된다. 

도시교통정비법에 따르면 대량의 교통수요를 유발할 우려가 있는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는 건축허가 전에 교통영향평가(교평)를 받아야 한다. 이는 교평을 통해 교통장해 등 각종 교통상의 문제점을 검토·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함이다.

도시계획시설인 오산시청사는 건립 당시 교평을 받았으나, 이번 버드파크 증축을 하면서 교평을 또 다시 받았어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교평의 대상인지 여부는 일반적으로 건축연면적으로 따지고, 예외적으로 문화 및 집회시설 중 버드파크와 같은 동·식물원은 부지면적으로 정한다. 

건축물 용도가 오산시청사와 같은 공공업무시설은 건축연면적 7000㎡ 이상, 동·식물원은 부지면적 2만㎡ 이상이면 반드시 교평을 받아야 하다. 오산시청은 대지(부지)면적이 3만9679.22㎡인 하나의 필지고, 연면적은 1만9684㎡다. 그리고 증축되고 있는 버드파크의 연면적은 3971㎡다. 

오산시는 지난해 7월 버드파크 증축면적이 기존 건물의 30%를 초과하지 않는다며 교평 제외대상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근 지자체 관련 업무 관계자들은 "교평을 단순히 건물연면적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증축되는 부분이 대량 교통수요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는 건축물의 용도도 중요하다"면서 "이 경우는 건물용도가 공공업무시설인 단일용도에서 문화 및 집회시설이 들어와 복합용도의 건축물로 바뀌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동·식물원은 하나 또는 여러 부지에 동물이나 식물을 위한 개별 시설물들과 보행로, 차로, 편의·부대시설, 주차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버드파크가 시청사 부지가 아닌 다른 곳에 들어선다면 이런 것들을 당연히 갖췄을 것이다.

"버드파크 건축주가 부설주차장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오산시 교통과는 "당연하다"면서도 "시청사에는 버드파크 증축으로 요구되는 주차면수가 이미 확보돼 있기에 건축과의 협의 요청시 '허가가능'이라 했다. 그리고 우리가 시설물과 부설주차장 설치자가 동일한지 소유권 관계를 확인할 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여기서 오산시가 버드파크 사용승인(준공)을 위해 시청의 여유 주차면수를 버드파크용이라 주장한다면, 이는 버드파크 사업부지를 단일 필지인 시청사 전체인 3만9679.22㎡로 본다는 의미다. 그리고 백번 양보해서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용도가 동·식물원인 버드파크의 부지는 시청 전체가 되고, 그러면 부지면적이 2만㎡ 이상이기 때문에 버드파크는 반드시 교평을 받았어야 했다.

결국 오산시는 필요에 따라 공유재산법에 민간투자법을 교묘히 준용하다 보니 부설주차장 규정을 피하려다 교평 규정에 걸리고, 교평 규정을 피하려다 부설주차장 규정에 걸리는 자기모순에 빠진 격이다.

오산시 건축과는 "부설주차장 관계는 교통과 업무로, 그 과에서 '허가가능'이라 하니 우리는 건축 인·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고, 이 사업 주무부서인 회계과는 "개별 법률에 따라 관련부서에서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 주택과, 감사관 등도 이런 식으로 말해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 제237회 오산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수시분 공유재산 관리계획 동의안'이 승인됐다. 이때 승인조건은 '개관시기를 주차장 증축(사용가능) 시까지 시범 운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주차장 증축에 대해 오산시의회는 버크파크가 부설주차장을 확보하는 조건이라 말하고, 오산시는 시청사 부지에 이미 충분한 주차장이 있다거나 추가 주차수요 필요시 사업자 부담으로 주차장을 임대하는 것이라는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양상이다.

bigman@kukinews.com

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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