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보이스 비 엠비셔스!”(Boys be ambitious)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감독 이종필)의 사원들은 대리로 진급하겠다는 야망을 품고 매일 아침 힘차게 영어 문장을 외친다. 회사가 3개월 내에 토익 600점을 넘으면 고졸 사원도 대리 진급 자격을 주겠다고 공고했기 때문이다. 1995년, ’글로벌화’가 막 시작되던 시기가 배경인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진 못한다. 다만 상황에 꼭 필요한 말을 서툴더라도 용기 있게 외치는 사람들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수강생들이 유용하게 사용한 영어 문장들을 기억하고 외워보자. 언젠간 우리도 말해야 할 순간이 올 수 있다.
■ “아이 러브 마이셀프”(I love myself)
젊은이에게 필요한 것은 야망 뿐이 아니다. 그보다 우선인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다. “러브 마이셀프”는 정유나(이솜)가 토익반에서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쓰는 말이다. 영화에서 유나는 무엇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인물로 묘사된다. 로맨스소설보다 추리소설을 좋아한다고 분명히 말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유나는 취향이 분명하고 알고 있는 정보나 의견을 말하는 것에 거침없다. 그러나 유나는 나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다. 타인의 고민이나 아픔을 나눌 줄 알고, 나아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고민에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자영(고아성)이 페놀방류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장 포차에서 상심할 때, 유나는 자영에게 목적을 묻고 다음 스텝을 내놓는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고,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인 사람만이 타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 “노!”(No!)
상대가 원하는 대답은 ‘예스’일 가능성이 크다. 사회생활 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반드시 ‘아니’ ‘안돼’ ‘싫어’를 말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예스맨’들 사이에서 홀로 ‘노’라고 외치는 것은 외롭고 힘든 일이다. 몇 번이고 망설이다가 끝내 아무말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목소리가 더해지면 어떨까. 홀로 “노!”를 말하는 것과 여러 명이 외치는 것은 듣는 사람에게 다른 무게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자영이 폐수 방류를 목격하고 거대한 회사에 맞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건 그의 곁에 힘을 보탠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마다 함께 영어를 공부하던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수강생, 삼진그룹의 동료들은 회사가 부당한 방법으로 매각될 위기에 처하자 머리를 맞댄다. 그리고 분명하게 외친다. “노!”. 회장도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해결하고, 거대 권력을 움직인 것은 연대의 힘이다. 부당한 것을 목격한 후 물러서지 않고 몇 번이고 “노!”를 외친 덕분이다.
■ “아이엠 타이니 타이니 펄슨, 벗 위 아 그레이트”(I’m tiny tiny person but We are great)
회사 시스템 안에서, ‘글로벌화’된 세상 속에서 나는 작고 작은 사람이다. 동시에 위대하고 위대한 사람이며 사람들이다. 이자영과 정유나, 심보람(박혜수)이 페놀방류사건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피해자에게 공감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덕분이다. 아울러 자신이 회사 안에서 하는 일들이 의미가 있고, 타인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하는 의지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고민한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이 누군가에게 가해가 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고 작은 개인이 위대한 우리가 될 수 있는 이유다.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