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공시가 상향안 근거가 ‘엉터리’?… 거세지는 반발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 상향안 근거가 ‘엉터리’?… 거세지는 반발

유경준 의원, “공시가 인상은 사실상 전국민 대상 대규모 증세의도” 비판… 당정은 종부세 인하 논의만

기사승인 2020-11-03 22:28:08
고공아파트와 저층 빌딩이 어우러진 서울 성동구 일대.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파생되는 세제개선안이 강한 반발에 부딪쳐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공시가격 상향안’도 제동이 걸렸다. 이번엔 정부안 도출과정에서 검토된 해외사례 등 근거가 엉터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당정은 중저가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인하만 검토하고 있다. 이에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당장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3일 국회도서관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국토교통부가 최근 공청회에서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근거로 제시한 해외사례들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실제 유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가 공청회에서 제시한 근거와 달리 독일은 여전히 과거 서독지역에서는 1964년, 동독 지역에서는 1935년 책정가격을 각각 부동산 기준가격으로 삼고 있었다. 영국 또한 과세 표준을 1991년으로 두고 있었다. 

공시가 현실화 사례라며 제시된 미국 뉴욕시의 경우에도 부동산 감정가치를 1년에 6% 이상, 5년간 20% 이상 인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종합부동산세와 같은 세금정책을 두고 있는 프랑스도 종부세율이 우리보다 낮으며, 부동산에 포함된 부채를 과세표준에서 제외해 실질 세율로는 우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에 유 의원은 “이 같은 사례를 검토할 때 부동산 공시가격 상향조정이 해외사례에도 부합한다는 국토부 공청회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각국이 공시가를 시세와 달리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공시가 인상은 사실상 전 국민 대상 대규모 증세 의도"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유 의원은 “국토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대규모 증세 효과를 인지하고도 관련 시뮬레이션을 공개하지 않고 공시가 현실화 발표를 강행했다”며 공시가 현실화로 인해 대규모 부담증가가 이뤄진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려한다고 지적했다.

근거로는 지난 1월 공시가 인상으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지역가입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 하기로 했던 점, 시뮬레이션 결과를 지난달 27일 열린 공청회와 정책발표에서 언급하지 않고 공개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국토연구원이 지난달 27일 공개한 부동산 공시지가 현실화안. 그래픽=연합뉴스, 박영석 기자

앞서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최근 “정부가 2030년까지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공시가격을 올려 실질적 증세 효과를 거두겠다는 심산”이라며 “서민 피해를 감안해 공시가격 상승속도를 달리 하고 중저가 1주택 재산세를 완화한다지만 모든 증세는 결국 국민 부담”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공시지가 현실화’에 대한 저항도 크다. 공시지가 산정기준의 모호함과 부실조사에 의한 국민피해가 상당하지 않은가.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코로나19 경제난’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 급속한 증세로 국민부담을 가중시킬 필요는 없다. 공시지가의 급속 인상은 심각한 시장 교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을 조정할 때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부동산가격공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부동산 세율 인상의 충격이 진정되고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한 후에 국민적 합의와 국회 동의를 거쳐 공시가격 조정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격론 끝에 6억원 이하 주택에만 재산세 인하 혜택을 주는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민주당은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표가 직결된 국민여론을 의식해야하는 민주당은 공시가 9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낮추자는 제안을 했지만 정부의 반대를 누르진 못했다.

주택가격이 시세 대비 공시가격이 50~70% 수준으로 낮아 이를 2030년까지 90% 수준으로 현실화하겠다고 정부가 내놓은 방안에 대한 조정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야권과 국민의 비난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리얼미터가 지난달 30일 전국 만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찬반의견을 물어 2일 공개한 여론조사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에 따르면, 동의한다는 답변은 40.7%, 동의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51.2%였다. 과반 이상이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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