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가진 국민에 대한 인식이 크게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을 살인마로, 공무원의 생명을 대통령의 공연관람과 동격으로 놓는 발언들이 문제의 발단이다.
문제의 발언은 노 실장이 출석한 4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모두 이뤄졌다. 먼저 노 실장은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광화문 집회 당시 광화문 광장을 경찰버스로 둘러친 일명 ‘재인산성’을 비난하자 “지금 불법 집회 참석한 사람을 옹호하는 것이냐”며 따져 물었다.
이어 일부 여당의원들이 ‘도둑놈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거들자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다. 집회 주동자는 살인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야당 의원들이 불법집회가 아니었으며 집회 주동자들도 국민인데 살인자 취급한다고 강하게 비난했고 운영위는 한 때 파행되기도 했다.
파행 이후에도 노 실장의 경솔한 발언은 계속됐다. 노 실장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피격사건 당시 대통령이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는데 비서실장으로 일정을 취소했어야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코로나가 걸려도 밥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국의 피격에 의해 살해된 것을 인지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디지털 뉴딜 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서 아카펠라 그룹 메이트리의 공연을 관람한 것을 두고 문화 관람이 전쟁 중 밥 먹는 것처럼 당연하고 생명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행위였다고 항변한 셈이다.
이에 조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군요”라며 냉소했다. ‘살인자’ 발언과 관련해서는 김은혜 대변인이 5일 논평을 통해 “국민이 살인자라는 비서실장의 말은 문 대통령의 뜻을 반영한 것이냐”면서 “내 편이 하면 의인이고 네 편이 하면 살인인 것이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나아가 “우리 국민을 총살·화형한 북한에는 살인자라고 한마디도 못 하고 분노의 화살을 국민에 겨누고 있다”면서 “(노 실장은) 거취를 고민하라. 후안무치 비서실장은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본인들 지지자가 아니면 국민을 살인자라 부르는 청와대”라며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이 전체 국민을 대표하는 척 할 필요도 못 느낄 만큼 권력 기반을 확신하고 있으며, 국민을 가르고 저열한 손가락질을 주도하는 것을 자신들의 권력을 다지는 핵심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노 실장은 운영위 국감이 재개된 후 ‘살인자’ 발언과 관련해서는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자라고 한 적은 없다. (집회) 주동자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며 “‘도둑보다는 살인자가 맞다’고 했는데 저도 과한 표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전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