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의 발언에 야권이 대노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자격문제를 꼬집었고, 사퇴촉구를 넘어 여성가족부 해체요구로까지 이어지는 분위기다.
논란의 시작이 된 발언은 이 장관이 5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세금 838억 원의 선거비용이 피해자들이나 여성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과정에서 이뤄졌다.
질문에 대해 이 장관은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했다. 나아가 “전국민 성인지 학습비라고 생각하는 것이냐”는 추가질문에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어떤 상황에도 국가를 위해 긍정적 요소를 찾아내려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여가부는)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조직문화를 바꾸며 성인지 인식이 보다 균질화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권력형 성범죄인지 여부에 대한 답변을 피하는 한편, “선거와 관련해 지나친 정쟁화는 오히려 피해자에게 또 다른 2차 피해가 될 것”이라며 질문하는 윤 의원과 문제를 제기하는 야당을 향한 간접적인 질타를 가하기도 했다.
이에 야권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장 국민의힘 황규환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황당함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대체 여성가족부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그 존재이유를 되묻게 하는 발언”이라며 “여성이 아닌 여당을 위한 장관은 필요없다. 여성가족부 장관이 아닌 N차 가해자나 다름 없다.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안혜진 대변인도 “황당하기 그지없는 발언에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아연실색할 답변을 하고도 이 장관은 뭐가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눈치”라며 “향후 현 정부 내 모든 권력 가진 자들과 공직에 있는 기관장들에게 이번 기회를 잘 살려 국민의 성인지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성추행 및 성추문을 일삼아 주길 당부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나아가 정의연으로 총 16억1400만원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을 지급한 것을 두고 “여가부는 지금까지 페미니스트를 위한다느니, 위안부 할머니 지원이니 명분은 그럴듯하게 내세워 정권에 결탁한 단체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줄줄 새어나가게 하는 일에 앞장서느라 정작 본연의 업무엔 관심이 없었다. 존속시켜 혈세를 낭비하느니 차라리 해체가 답”이라고 혹평했다.
정의당도 이 장관의 답변을 두고 자격을 문제 삼았다. 장혜영 원내대변인은 “막말을 내뱉었습니다. 정작 성인지 학습이 필요한 분은 이정옥 여가부 장관, 본인이다. 엄연히 피해자가 존재하는 성범죄 사건으로 인해 일어나는 재보궐 선거를 피해자에 대한 일말의 고려도 없이 단순히 학습도구로 전락시킨 이번 발언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즉각적 사과를 요구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권력형 성범죄가 초래한 재보궐선거를 두고 국민 집단 학습의 기회라니 이정옥 장관은 대한민국 여가부 장관이 맞냐. 이번 재보궐선거의 본질은 외면한 채 궤변으로 두둔하겠다는 것이냐. 과연 여가부 장관의 입에서 할 말인지, 자질과 두 귀를 의심케한다”고 한탄을 늘어놨다.
이어 “여가부 장관이 눈치와 심기를 살펴야 하는 것은 집권여당이 아니라 성폭력 피해 여성과 여전히 성폭력 위험에 노출된 대한민국 여성”이라며 “이정옥 여가부 장관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장관이냐. 집권여당이냐, 대한민국 여성이냐. 자신의 본분이 무엇인지 이정옥 장관은 분명한 입장을 즉각 밝히라”고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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