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용 양형 가를 '준법감시위' 점검위원 확정

법원, 이재용 양형 가를 '준법감시위' 점검위원 확정

"준법감시위 유일한 양향요소는 아냐···단호한 의지 보여야"

기사승인 2020-11-09 17:12:43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양형의 사실상 열쇠를 쥐고 있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의 외부 평가를 두고 박영수 특별검사 측과 삼성 측 변호인단 간 기싸움이 벌어졌다. 외부 평가를 맡을 전문심리위원 지정 때문인데 법원은 양측이 선정한 전문심리 위원 모두 지정하기로 했다.

앞서 특검은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 추천했고, 변호인단은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현재 변호사)을 추천했다. 재판부는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을 추천했다.

참여연대 소속인 홍 회계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인물이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했다. 강 전 재판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주심재판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9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공판기일을 열고 특검과 변호인단이 추천한 후보들을 두 시간가량 면담을 했고 두 사람 모두 전문심리 위원을 지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총 3인으로 구성되는 전문심리 위원으로 재판부 측이 추천한 강 전 헌법재판관, 특검이 추천한 홍 회계가, 변호인단이 추천한 김 변호사가 선정됐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그러나 서로 상대가 추천한 전문위원은 '중립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특검은 "김 변호사팀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사건에 연루된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변호인으로 참여해왔고 피고인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다"며 변호인단 추천에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반대로 변호인단은 특검이 추천한 홍 회계사가 참여연대 소속으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평가를 이 부회장의 양형에 반영하는데 반대하는 입장으로 보이고 최근 이 부회장을 고발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특검 측이 일부 혐의 내용을 언급하자 변호인단 측이 "피의사실공표"라며 항의했고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홍 회계사는 국정농단 사건의 고발인인 참여연대 소속이고 본인 또한 삼성그룹 합병 사건에 대한 고발인 등으로 피고인들에게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온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공익적 목적이라고 판단한다"며 "회계사로서 많은 기업 범죄 분석과 의견을 제시한 경력이 있어 기업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누구보다 관심이 있고 전문성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기업 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법무법인 율촌에서 기업 형사팀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등 기업 수사의 공격과 방어 양쪽의 경험을 두루 갖춘 분"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준법감시제도는 기업 범죄 방지를 위해 기업이 스스로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감시활동을 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미국에서 이 제도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검찰과 형사법 전문 변호사들이 협력했으므로 고려할 때 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준법감시위원회가 중요한 양형 조건은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양형 조건 중 피고인이 범죄를 인정하고 다시는 그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반성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재범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보일 경우에만 진지한 반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이날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한 3명의 의견을 토대로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성과를 판단해 이 부회장의 양형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위원 점검과정에서 자료검토만으로 부족할 경우 현장점검과 면담도 진행하기로 했다.

특검의 재판부 기피 신청으로 10개월간 중단됐다가 재개된 이 날 공판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출석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 출석하기 앞서 재판을 앞둔 심정과 준법감시위 운영 상황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으로 향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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