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아동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정부와 주민 간 인식에 온도차가 감지됐다. 사법당국은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고 호소하지만, 지역주민과 피해가정은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이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조두순 출소가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산시민들의 불안이 굉장히 크다’며 대책을 묻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우려를 많이 하는데 믿어도 되니 안심하라. 만반의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거듭 확언했다.
나아가 보호관찰관 인력부족 등으로 인한 감독사각에 대한 우려에는 “CCTV와 위치추적장치를 연계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제일 잘하고 있고 세계 최초”라며 “위치추적장치는 재범 대상자가 어디에 있는지만 알 수 있는 것인데 CCTV와 연계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까지도 다 파악이 가능한 탁월한 시스템을 대한민국이 갖추고 있다”고 거듭 자랑했다.
국민적 불안 해소방안을 묻는 위성곤 의원의 질의에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조두순의 재범 억제를 위해서 법무부에서는 조두순에 대한 심리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재범을 방지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책도 세우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일대일 감독을 붙인다든지 음주와 외출제한 등 준수사항을 부과하는 등 다양한 대책울 준비해 놓고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년 전 조두순에게 납치된 후 성폭행을 당한 피해아동 ‘나영이(가명)’ 가족은 결국 정든 고향인 안산을 떠나기로 했다. 언론에 따르면 나영이는 가족회의에서 조 씨의 출소소식 이후 불안감에 잠을 못자고 악몽에 시달리는 등 고통을 호소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나영이 아버지는 “아이가 조두순 출소 소식을 듣고도 내색을 안 하고 있다가 이사 이야기를 꺼내니 그제야 ‘도저히 여기서 살 자신이 없다’고 했다”면서 “같은 생활권에서 어디서 마주칠지 모른다는 상상을 하면 너무 두려워 매일 악몽에 시달린다는데 떠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연합뉴스를 통해 이사를 결심한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계속 안산에 남으려고 했던 것은 피해자에게 도망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였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주민들도 모두 진저리를 떨고 있는데 왜 그러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가해자는 멀쩡한데 왜 피해자와 주민들이 벌벌 떨고 떠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또 “아이도 힘들다고 하고, 이웃주민들에 대해 미안함도 커서 이사를 결심하게 됐다. 2억원 넘는 돈이 성금으로 들어왔는데 도움이 없었다면 이사를 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웃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이사를 할 수 있도록 성금을 보내준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한편 조두순은 2008년 12월 단원구의 한 교회 앞에서 초등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중상을 입힌 혐의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았고, 오는 12월 13일 출소한다. 이후 자신의 자택이 있는 안산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혀 지역주민과 피해가정이 불안에 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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