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손해배상·집단소송, 왜 필요할까?…피해 사례로 살펴본 현행 문제점

징벌적손해배상·집단소송, 왜 필요할까?…피해 사례로 살펴본 현행 문제점

기사승인 2020-11-13 05:00:03
▲사진=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례 발표 소비자권익 3법 입법 토론회’에 참석했다./신민경 기자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내달 법무부의 또 다른 결정을 기다려야 합니다. 언제 이 싸움이 끝날까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례 발표 소비자권익 3법 입법 토론회’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조순미씨가 산소 호흡기를 단 채 마이크 앞에 섰다. 이날 조씨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관련 법정 다툼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지난 2011년 5월 정체불명의 폐 질환 사망자가 보고되면서 알려진 사건이다. 같은달 8일부터 한 달간 갑자기 6명의 환자가 폐 질환 증세를 보이며 입원해 큰 이슈가 됐다. 환경부는 2011년 ‘가습기살균제’로 폐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이후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의 가습기살균제가 원인이 됐다고 알려졌고 2019년이 돼서야 환경부 용역보고서를 통해 LG생활건강의 가습기살균제가 흡입독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조씨는 지난 2018년 3월 가습기살균제 관련 질병에 천식도 포함하라며 옥시레킷벤키저에 첫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다. 관련 소송 1심 선고가 내달 이뤄질 전망이다.

조씨 사례에서 미뤄 짐작 할 수 있듯이, 소비자 피해 보상 재판은 오랜 기간 싸워야 하는 장기전이다. 수년간 일반 소비자가 버티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날 변웅재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자율분쟁조정위원회 조정위원장은 “일반 소비자가 피해 구제 소송을 진행하기는 사실 어렵다”며 “사업자의 전문적 영역에 대한 고의, 과실 입증이 어렵고 법원 선고 금액의 한계와 승소하더라도 강제집행 절차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뎌지는 재판 과정에 피해자의 애만 탄다. 조씨는 “만 10년째 투병하면서 모든 것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 자리에서 변하는 제 모습을 보고 계신 분들도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조씨는 “국민을 죽음과 고통으로 밀어 넣은 대기업이 받는 법원에서의 처벌 수준과 벌금, 처벌 범위가 미약하다. 이것은 나라도 고의적 방치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개탄했다.

원인 규명에 소극적인 가해 기업의 자세도 문제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일례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2011년 공론화됐지만 2019년에야 수사가 마무리돼 관련자들에 대한 공소제기가 완료됐다. 2020년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민사소송이 계속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대안으로 징벌적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가 제기된 상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식적인 사망자만 1559명에 이르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건강피해 95만명 사망자 2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대형참사이자 인재였지만 피해자가 피해 입증에 어려움을 겪어 가해 기업에 대해 제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백 의원은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진상규명과 피해구제를 위해 설치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이 올해 종료되는 점을 감안하면 조속한 관련 법 입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