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14일 홈페이지에 직접 올린 글에서 이런 비판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홍 소장은 “조사 전문가 또는 기자분들이 한길리서치의 조사 경위를 확인 취재 않고 일방적으로 제단하는 사례가 많다”며 “최소한의 사실확인 조차 않고 또 동종 업계에 있으면서 충분히 연락이 가능해 확인을 할 수 있는 분들이 그러지 않고 자의적으로 의견 표명을 하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직업윤리나 도의적으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길리서치는 그러면서 윤석렬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1위로 나온 조사 과정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쿠키뉴스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9일 전국 만18세 이상 유권자 10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여야 각 3명씩의 후보를 제시한 항목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많아 여권의 이낙연 총리(22.2%), 이재명 경기도지사(18.4%)를 제쳤다.
Q 국민의힘 후보는 왜 빠졌나
A 지난달 조사에서 3위 안에 못 들어
조사 결과가 발표된 뒤 12일 교통방송(TBS) 뉴스공장에 출연한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비롯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한 명도 없는 선택지가 문제”라면서 “보기에 있냐 없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 때문에 윤 총장으로 모아지는 효과가 훨씬 더 크게 나타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도 윤 센터장의 발언을 인용해 “여론조사 설계 자체가 윤 총장에 유리하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길리서치는 이런 비판을 일축했다. 홍 소장은 “조사 방식에 따라 후보간 지지율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면서도 “여권과 야권의 후보를 3순위까지 6명으로 조사한 것은 유력한 후보 6명의 6자 구도 지지율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런 점에서 모든 후보를 병열로 제시한 CBS-한국사회여론연구조사나 이름을 불려주지 않은 자유응답 방식의 갤럽 조사와는 구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범여권의 이낙연 이재명과 함께 야권의 무소속 홍준표 의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윤 총장과 나란히 들어간 6자 구도로 지지도를 물었다. 어차피 여-야 양강 대결 구도로 치러질 대통령 선거의 특성을 반영해 제한된 숫자의 후보만 제시키로 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의 여야 6인 지지도 조사에 국민의힘 측 후보가 빠져 윤 총장에게 지지도를 몰아준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같은 조사에 포함된 별도의 야권 후보 지지도 조사 항목에서는 윤석렬(22.6%)에 이어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9.0%로 2위였다. 홍준표 의원은 7.7%로 3위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4.5%)은 안철수 대표(5.6%)에 이어 5위였다. 유 전 의원의 경우 이번 설문조사 직전 10월의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조사에서는 3위 안에 들지 못했다. 여야 6인 지지도 조사를 위해 6명의 후보를 선정할 때에는 이번 조사를 실시하기 전에 미리 결과를 알 수 없으니 앞선 10월 조사를 근거로 야권 후보와 여권 후보를 선정할 수 밖에 없었다.
홍 소장은 유승민 후보 등이 항목에서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예측력이 없다”며 냉소적으로 받아쳤다. 그는 “11월 조사에서도 조사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서 불가피하게 지난 달 여야별 지지도 조사를 기준으로 했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조사도 안해보고 조사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보다. 이번 기회에 그런 능력을 가르쳐주면 한수 배워서 지난달 기준이 아닌 당월 기준으로 여야 후보 6명을 선정하겠다”고 반박했다.
또 후보 숫자가 6명(쿠키뉴스-한길리서치)이면 불공정하고 10명(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이면 공정하다거나 갤럽 조사처럼 아예 문항을 제시하지 않고 자유응답 방식이 더 정확하다는 의견도 근거가 없다고 한길리서치는 반박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방식에서도 어차피 항목이 제한돼 여권의 김부겸 박용진 등이 배제될 수 밖에 없고, 갤럽 방식은 상대적으로 응답률이 낮고 인지도가 높은 기성 후보에게 답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홍 소장은 “(여론 조사 항목의) 구도와 조사 방식에 따라 후보간 지지율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조사 결과를 보는 국민 입장에서는 많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거 구도를 여론 조사에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는 조사 기법의 선택 문제였지 특정 후보에게 더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하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쿠키뉴스-한길리서치 방식은 6명 후보 선정 기준이 명확하고 여야 대결 구도를 3대3으로 반영해 설문 항목을 공정하게 설계하려 했다는 의도가 의심 받을 이유가 없다.
배종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우리 조사에서지지 후보가 없다는 23.3% 중 절반 가량이 보수 성향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이 윤석열 총장 쪽으로 갈 경우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조사와 비슷해진다”고 설명했다.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는 윤 총장 지지도가 11.1%였다.
Q 유선전화나 5060세대 응답자가 너무 많지 않았나
A 유선 이낙연 지지율 더 높고, 연령 비율은 통계로 보정
또 다른 비판은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조사에 유선전화 응답자가 23%로 너무 많고 50대 이상 보수 연령층이 과대표 됐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일보는 “(쿠키뉴스-한길리서치)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022명 중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한 60대 이상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특정 세대의 의견만 반영되지 않도록 가중치를 적용했더라도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5060세대라 보수적인 표심이 실제보다 더 많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윤희웅 센터장은 집 전화 응답률이 23%라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이사를 가도 집 전화를 놓지 않는다”며 “여론조사가 진행되는 시간대에 집이나 가게로 전화를 걸었을 때 받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뉴스공장에서 밝혔다.
이는 여론조사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실제 응답자의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일방적인 주장이다. 홍 소장은 “50대 이상이 많이 반영됐다는 주장은 조사방법론과 통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여론 조사는 선거관리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연령과 성별, 지역 비중이 할당되고 조사 이후에도 목표할당 사례수에 맞춰 가중치를 주어 통계처리한다. 다른 조사도 마찬가지다. 갤럽이나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에서도 응답자는 50대 이상이 50% 안팎에 이른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50대 이상 응답자 비중은 한길리서치가 51.2%, 갤럽 48.7%, 한국사회여론연구소 52.9%, 리얼미터 55.2%였다.
유선전화 비율도 마찬가지다. 여론 조사 기관과 방식마다 차이가 있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반적인 조사에서는 통상 유선전화 비율이 20% 안팎이다. 학술적으로 검증된 기준은 없다. 더구나 유선전화 응답자가 더 보수적일 것이라는 추정도 근거가 없다. 한길리서치가 이번 조사에서 유선전화 응답자만 별도로 집계해보니 오히려 이들은 이낙연을 더 지지했다. 유무선별 지지도 분석 결과 윤석열 지지도는 유선전화에서 12.6%포인트 더 낮았다. 이재명(5.2%포인트)도 마찬가지였다. 이낙연 대표만 1.6%포인트 더 높았다. 홍 소장은 “유선전화 비율이 늘어나서 더 유리해진 후보는 윤석열이 아니라 이낙연이었다”고 밝혔다.
“비판과 소통의 성숙한 문화를 요청한다”
미디어오늘은 14일 ‘혼란의 윤석열 여론조사, 언론은 잘못없나’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실질적 대권주자가 아닌 인물이 유력 후보로 소환되는 여론조성은 되레 혼란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권주자에 포함됐던 MBC-코리아리서치센터 조사 등을 거론했다. 윤석열 총장 역시 올해 6월 오마이뉴스-리얼미터가 처음으로 대권주자에 포함시켜 여론 조사를 했다. 특정 인물을 항목에 넣거나 빼는데는 정치적 계산보다는 당시의 여론 흐름이 더 크게 작용한다. 다만 윤석열 1위 결과를 ‘윤석열 현상’이라고 명명하거나 유시민 이사장을 두고 ‘조만간 정계진출 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식의 보도를 하면서 언론사가 자신들의 선호도에 따라 특정 인물을 띄우려는 듯하는 모습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치권 역시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한 배경에도 여권의 무리한 검찰 압박과 대안 없는 야권의 무력함이 있는 만큼 여야 없이 반성할 대목이 더 많다.
특히 특정 세력에 불리한 여론조사가 나오면 명확한 근거도 없이 조작됐다거나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대응이다. 윤 총장이 대권 후보로까지 거명되는 데에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필두로 한 여권의 윤 총장 몰아붙이기가 여론의 저항을 받은 측면이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여론조사만 탓해봐야 소용이 없다. 심지어 아무 근거 없이 여론 조사 기관의 성향을 의심하거나 폄하하는 태도도 무책임해 보인다.
한길리서치 홍 소장는 “여러 기관의 지지도 결과를 두고 국민 각자의 기대와 주위 분위기와 달라 당혹스럽거나 실망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한길리서치는 1993년 설립 이후 우리나라 민주화와 개혁을 위해 나름 역할을 해온, 여론조사 한길을 걸어온 조사 기관이다. 유치한 폄하나 집단 프레임을 두려워 할 조사 기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