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박근혜 정부에서 확정하고 국토교통부가 추진해온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정부안을 사실상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거워지고 있다.
앞서 검증위는 17일 김해신공항 타당성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내용에 따르면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의 안전성 문제와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을 폐지하고 신공항부지 선정부터 다시 검토하라는 내용이다.
판단 배경에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제처는 검증위 발표 이전에 ‘공항 시설 확장을 위해서는 부산시와 협의해야 한다’고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를 검증위가 인용해 정책결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
이밖에 검증위는 “사업이 확정될 당시에 비행절차의 보완 필요성, 서편 유도로의 조기설치 필요성, 미래수요 변화 대비 확장성 제한, 소음범위 확대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았다”거나 “국제공항의 특성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매우 타이트한 기본계획안이라는 한계가 있다”는 등의 입장도 밝혔다.
국토부가 김해신공항안을 강행하기는 힘들게 된 셈이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해온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부산시는 가덕도 신공항 조기건설을 통해 2030년 열릴 ‘부산월드엑스포’ 이전에 건설을 마쳐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검증위 발표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7일 의원총회에서 “아마도 내년 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든 부산 선거에서 득을 보려고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 같다”며 김해신공항안 폐기 및 가덕도신공항 추진에 반감을 드러냈다.
이어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데 월성1호기 문제와 판박이가 아닌가 싶다”면서 “중요한 국책사업 변경 과정에서 무리나 불법이 있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문제도 감사원 감사를 통해 변경이 적절한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동남권 신공항’ 4년 끈 文정부의 표변, ‘희망고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라며 정치적 득실에 따라 국책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며 피해를 본 국민과 부산시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변 지방자치단체들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입만 열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던 김해신공항이 갑자기 문제가 생기고 가덕도로 옮기겠다는 천인공노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세금 7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김해신공항에 문제가 있어서 변경하려면 영남권 5개 시·도민 의사를 다시 모아 추진해야 한다”며 용납할 수도 수용할 수도 없다는 뜻을 전했다.
시민들도 분분하다. 한 네티즌은 김해신공항 백지화 관련 내용에 대해 “논란 끝에 프랑스전문기관에 용역까지 받고 결정된 김해 신공항안이, 정치인의 표심논리에 가덕도로 바뀌었다. 논리도 없고 코메디”라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코로나 시국에 공항은 무슨 공항이냐, 항공사도 통폐합하는 마당에”라거나 “인천, 김해공항 제외하고 제대로 돌아가는 공항이 있냐. 땅떵어리도 좁은 나라에 무슨 공항이 이리 많냐”는 등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반면 “지금 시대상에서 공항은 비효율적이다. 잘했다”며 옹호하는 입장도 있었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