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김민경의 꿈

[쿠키인터뷰] 김민경의 꿈

기사승인 2020-11-19 08:00:01
▲김민경. JDB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인세현 기자=“제가 정말 잘하나요?” 

‘어떻게 야구까지 잘하느냐’는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묻는 얼굴. 어디선가 본 적 있다. 코미디TV 웹예능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이하 ‘운동뚱’)에서 필라테스 첫 도전 당시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에 영문을 모르겠다는 그 얼굴이다. 최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난 코미디언 김민경은 ‘야구에선 백핸드, 축구할 땐 발리슛을 선보였다’는 말에 “그저 시키는대로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근수저’다운 대답을 내놨다. 

“제가 단순해요. ‘저거 잡아라’하면 잡기 위해 움직이는 거예요. 알고 하는 건 별로 없어요. 발리슛이 뭔지도 모르는데, 제가 발리슛을 한대요.(웃음) 스포츠를 잘 모르지만 하다 보니 ‘잘했다’는 칭찬을 받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저는 시키는 걸 잘해서 ‘운동뚱’ 취지와 잘 맞는 것 같아요. 살아온 삶이 그랬어요. 엄마가 하지 말라는 건 하지 않고 살았죠. ‘운동뚱’도 마찬가지예요. 시키는 걸 열심히 하는 거죠. 머리 굴리지 않고 단순하게 임하는 게 좋아요.”

▲김민경. JDB엔터테인먼트

전설의 시작은 지난 1월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였다. 그는 이날 프로그램의 스핀오프 격인 ‘운동뚱’의 주인공으로 당첨됐다. 당시 김민경은 ‘정말 운동하기 싫다’는 일념으로 테이블까지 들어 올렸지만, 오히려 그 행동으로 준비된 ‘운동 천재’임을 얼떨결에 증명했다. ‘운동뚱’에서 다양한 운동에 도전하며 예외없이 활약하는 김민경을 보면, 그가 선택했던 아령이 아서왕의 엑스칼리버 처럼 보일 정도다. 자신도 몰랐던 천재성을 우연히 발견하고 점점 성장하는 캐릭터를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짜릿한 경험이다. 

“그날 제가 ‘운동뚱’ 주인공으로 뽑히지 않았다면, 제 인생도 바뀌지 않았겠죠. 저는 정말 운동이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아령을 붙잡고 어떻게든 하면 그게 뽑힐 거라고 생각했어요. 탁자가 들릴 거라곤 생각도 못했죠. 책상이 들린 순간 제 의지를 다 보여줬다고 생각했는데 소용없었어요.(웃음) 처음엔 운동하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니까요. 영식이 형(‘맛있는 녀석들’ 연출 이영식 PD)에게도 ‘예능처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죠. 운동만 해서 재미없을 거라고요. 그런데 첫 회가 공개된 후 반응이 좋더라고요. 기분이 좋았지만 동시에 궁금하기도 했어요. 시청자가 제가 운동만 하는 모습을 왜 좋아하고 응원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때 영식이 형이 ‘네가 ‘맛둥이’(‘맛있는 녀석들’ 시청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응원하는 것’이라고 말해줬어요. 그 말을 들으니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김민경. JDB엔터테인먼트

책임감으로 이어진 이후 도전들은 성장의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운동한 후 혈색이 좋아졌고 체력도 좋아졌다. 처음 운동을 시작했을 땐 힘들다는 느낌만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첫날만 두려움이 있고 조금씩 몸을 움직이고 부딪혀보며 새로운 운동의 매력을 찾는다. 공을 차고 넣거나, 치고 던지는 과정에서 희열을 맛봤다. 운동의 맛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내가 공을 잡네? 치네? 칭찬을 받네? 이런 과정에서 운동의 매력을 느꼈어요. 공이 포물선으로 날아가 감기면서 들어가면 ‘이 맛에 하는구나’ 싶은 거죠. 그런 것들에 스트레스가 풀려요. 특히 칭찬을 해주니 더 신나는 것 같아요. 요즘엔 방송을 좀 못했다 싶을 때 ‘운동뚱’ 영상 밑 댓글을 봐요. ‘민경장군’이라는 호칭을 비롯해 여러 칭찬과 응원을 보면 자존감이 올라가요.”

‘운동뚱’을 통해 도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지만, 도전은 무섭다. 시켜서 하는 것이 마음 편하고, 딱히 도전하고 싶은 것은 없다. 걱정도 많고 생각도 많은 성격. 그런 김민경이 살면서 처음으로 누군가 시키지 않았는데 한 일은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었다. 연기가 하고 싶었고 서울에 가고 싶었던 김민경은 우연히 코미디 극단이 선착순으로 단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기차표를 끊었다. 오디션이 있었다면 도전하지 못했겠지만, 선착순이라는 말에 일찍 가면 될 것 같아서 용기를 냈다. 그렇게 코미디언이 된 김민경은 여전히 도전이 두렵지만, 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의 꿈은 ‘착하고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참 착하고 바른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주변 사람들과 ‘우리 정말 잘되면 착한 예능을 하자’는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요. 그렇게 하려면 일단 제가 착한 사람이 돼야겠죠? 이런 말이 어쩌면 저를 죄어오는 갑옷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누군가에게 상처 주고 나쁜 행동을 하며 살고 싶지 않아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할 거고요.”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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