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되자 패스트푸드점이 때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카페 내 취식이 금지되자 시민들이 패스트푸드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26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인근 한 패스트푸드점. 점심을 먹기에 이른 시간임에도 매장 내에는 스무 명 남짓 앉아있었다. 이 가운데, 음료만 시켜놓고 공부하거나 대화하는 시민이 절반을 넘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40대 여성은 “학원에 가 있는 딸을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아 패스트푸드점에 왔다”며 “기다리면서 공무원 시험공부도 함께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30대 직장인 여성 권모씨는 “재택근무 기간 카페에서 업무를 봤다. 카페는 문을 닫았고 집에서는 집중이 안 돼 패스트푸드점에 왔다”며 “아침 일찍부터 나와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임용준비생 30대 이모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내려가기 전까지는 매일 패스트푸드점에 나와 오후 9시까지 공부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방역당국은 지난 24일 0시부터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2단계 방침에 따라 개인 카페를 포함한 모든 카페는 2주간 포장·배달만 할 수 있게 됐다. 갈 곳을 잃은 시민들은 패스트푸드점으로 향했다. 카페와 달리 패스트푸드점은 음식점으로 분류 돼 오후 9시까지 매장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페를 규제하자 사람들이 음식점, 브런치 카페 등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의 상황도 홍대와 비슷했다. 소규모 카페들을 손님이 한 명도 없이 썰렁했다. 문을 닫은 카페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패스트푸드점으로 자리를 옮기니 대부분의 자리가 가득 차 있었다. 홍대와 마찬가지로 신촌 패스트푸드점 내 다수의 시민들이 음료만 시킨 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장 영업을 위주로 장사를 해온 개인 카페들은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타격을 호소했다. 신촌의 한 카페 업주 A씨는 전날 하루 종일 매출이 4만 원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날이 따뜻하면 손님들이 포장해서 공원에서라도 먹을 텐데, 지금은 날이 추워 그렇지도 못한다”라며 “들어오는 손님 열에 아홉은 포장만 된다는 말에 돌아간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A씨에게 배달은 오히려 손해 보는 장사다. A씨는 “12000원부터 배달이 가능한데, 배달 수수료만 거의 5000원이다. 차라리 배달 판매를 안 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신촌 소재 파이 전문점 업주 B씨도 매출 이야기에 한숨을 내쉬었다. B씨에 따르면, 2단계 시행 이전 일일 판매량은 400~500개가 넘었다. 지난 24일부터는 매장 운영 제한으로 하루 매출이 40개로 뚝 떨어졌다.
업주들은 패스트푸드점, 식당 등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카페만 규제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A씨는 “전날 퇴근할 때 보니 패스트푸드점에 사람이 가득했다”며 “따지고 보면 식사하며 대화하는 음식점이 더 위험한데, 카페만 피해를 봐 분통이 터진다”라고 밝혔다. B씨도 “패스트푸드점이나 카페나 음료 마시는 건 똑같은데 왜 카페만 규제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구청의 방역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을 빚는 곳도 있었다. 홍대 소재 브런치 카페 업주 C씨는 “매장에서 음료만 마실 수 있는지 구청에 여러 번 문의했지만, 담당자마다 말이 바뀐다”라며 “주변 카페의 눈치가 보이지만 일단 브런치 카페는 매장 운영이 가능해서 문을 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입장에선 고심해서 방역 기준을 나눴겠지만, 자영업자끼리 싸움을 붙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카페 업주 커뮤니티에서는 형평성을 들며 국민신문고에 민원 신청하자는 움직임도 있었다. 카페 주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커피라는 음료가 코로나를 확산시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의미 없는 탁상정책”이라며 “방역기준을 높여서라도 홀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ujinie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