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정부와 지자체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되고 있다.
30일 부산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다음 달 3일까지 거리두기 3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현재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자체 대응 방침은 2단계이지만, 감염 우려 시설에 대한 학생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점검인력을 대폭 확대하는 등 3단계 수준으로 대폭 강화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충북 제천시도 같은 날 수능 전까지 사흘간 3단계에 준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유흥시설·방문판매·노래연습장 등의 중점관리 시설은 물론 목욕탕·영화관·PC방·헬스장 등의 실내 체육시설, 학원과 교습소 등 1028곳의 다중 이용시설의 운영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김장모임 관련 확진자가 전날 기준 67명까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거리두기 단계를 두고 혼선이 빚어졌다. 변 부산시장 권한대행의 브리핑 이후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서는 3단계 시행으로 영업에 제한이 생기는지 문의하는 글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3단계인데 왜 등교수업을 해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하면 학교는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다만, 부산시는 등교에 대해선 현 2단계 수준인 밀집도 1/3(고교는 2/3)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 헬스장의 회원이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멋대로 ‘몇 단계에 준하는’ 식으로 표현할 거면 왜 단계를 나눴는지 이해가 안 간다”라며 “3단계면 3단계로 이해할 텐데, 애매모호하게 발표하니 어디가 영업이 금지되고 허용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α(알파) 수준으로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거리두기 2단계에서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하거나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방역 조치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400~500명대를 기록하며, 학교·학원·모임·사우나 등 일상 공간을 고리로 한 집단감염이 전국적으로 이어지자 내린 결정이다.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정부가 공표한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뿐더러 말장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김모(24·여)씨는 “거리두기 단계를 올리면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단계를 안 올리기엔 안일하다는 비판을 받기에 ‘보여주기식’ 행정을 하는 것 같다”라며 “그러나 모호한 표현이 더 혼란스럽게 한다”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위기상황에서 명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9일 ‘JTBC 뉴스룸’과 인터뷰에서 “정부의 메시지는 언제나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라며 “정부는 국민에게 명확한 상황을 전달하고 위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전달해야 한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주춤한다든지 아니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부분들은 상당히 우려된다”라고 밝혔다.ujinie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