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의료계·보험사 갈등 이유는

[알경]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의료계·보험사 갈등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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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12-05 06:10:02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을 병원에서 바로 전산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실손보험 간소화법)이 다시 한 번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손보험의 비효율적 청구절차를 개선하라고 권고한 이후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꾸준히 국회 문턱을 두드려왔지만, 11년이 넘도록 법안 통과가 되지 못했습니다.

‘실손보험 간소화법’이란,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을 받아 보험금을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해 가입자의 편의와 이익을 증진하고 보험업계의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취지로 마련됐습니다. 

실제로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연간 약 9000만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의 76%가 팩스나 보험설계사, 직접 방문 등 여전히 종이 서류를 기반으로 보험금 청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실상을 두고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우리나라처럼 정보기술이 발달한 나라에서 보험금 청구를 위한 의료비 증빙서류를 전자문서로 자동으로 보내지 못하고, 종이서류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하고 있는 상황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니까요.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보험소비자 입장에서는 복잡하고 오래걸리는 실손보험금 청구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반길만한 소식입니다. 금융당국 또한 금융소비자 편익 향상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실손보험 간소화에 대한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실손보험 청구가 간편해지기 때문에 보험금 청구 건수가 늘어나게 되면서 보험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기존 서류작성 및 전산처리에 들어가는 운영비용을 크게 감축시킬 수 있는데다가 보험소비자들을 위한 서비스 향상도 함께 도모할 수 있으니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이처럼 실손보험 간소화법은 보험사, 금융소비자뿐 아니라 금융당국까지 통과를 바라는 반면, 의료계에서는 실손보험 간소화법을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실손보험 간소화 법에는 문제가 많다고 반발했죠. 


의협은 ▲제3자인 의료기관이 의무적인 서류 전송의 주체가 되는 것은 의료기관의 부담 증대됨 ▲보험사가 요구하는 정보는 개인정보로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음 ▲보험사는 원하는대로 환자와 관련한 서류를 의료기관으로부터 취득하기 용이해짐 ▲취득된 정보들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이용될 우려가 높음 등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또한 의협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높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보험업계가 소비자가 간단하게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이 법안을 적극 찬성하며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요, 보험업계에서는 “의료계가 우려하는 사안들을 보완한 개정안임에도 같은 논리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억울하다”라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실손보험 가입고객의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위탁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한 상황이죠.

실손보험 청구화는 11년째 국회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와 의료계 사이의 이견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하루 빨리 금융·의료 소비자들을 위해 두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점을 찾아내길 희망해봅니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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