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MAMA’의 어떤 순간들

‘2020 MAMA’의 어떤 순간들

기사승인 2020-12-07 19:47:58
[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2020년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이하 MAMA)가 여느 해처럼 화제와 논란 속에서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관객 없이 펼쳐진 올해 ‘MAMA’는 또 어떤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을까.

▲ ‘MAMA’ 진행요원이 마이크 근처에 소독제를 분사하고 있다.
■ 극한직업 진행요원

방역의 일환인가, 새로운 퍼포먼스인가. 올해 ‘MAMA’에선 시상자로 나선 배우들이 소개 멘트를 마칠 때마다 여성 진행요원이 나타나 마이크 주변에 소독제로 보이는 것을 분사했다. 방역당국이 제시한 지침에 따르면 “소독제를 분무·분사하는 방법은 에어로졸 발생 및 흡입 위험을 증가시키고 소독제와 표면의 접촉범위가 불분명해 소독효과가 미흡”하다. 혹시 모를 감염의 위험을 낮추고 싶었다면, 수상대에 오른 가수들처럼 시상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다. 소독제를 분무하느라 족히 서른 번은 넘게 무대를 오간 진행요원에게 지면을 빌려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한편 이 진행요원이 입은 의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체가 드러날 정도로 꽉 끼는 의상이 보기에 불편하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알고 보면 이런 의상엔 나름의 역사가 있다. 그간 ‘MAMA’의 여성 진행요원들은 붉은 선이 들어간 검은 타이즈(2018년), ‘MAMA’의 로고를 형상화한 듯한 무늬의 타이즈(2017년), 사선 무늬가 그려진 타이즈(2016년), 트로피를 연상시키는 금색 타이즈(2015) 등을 입어왔다. 2014년과 2013년엔 남성이 진행요원으로 등장했는데, 여성 진행요원들과 달리 이들은 헐렁한 바지 차림이었다.

▲ 올해 신설된 ‘노터블 어치브먼트 아티스트’.
■ 40여개의 수상부문

내년 후한 인심으로 트로피를 나눠주다시피 해온 ‘MAMA’는 올해도 약 40여개 부문에서 상을 나눠주며 그 명성을 이어갔다. “시상식의 권위는 상의 숫자와 관계있긴 하지만, 잘하고 칭찬 받아야할 아티스트가 칭찬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욕심”(김기웅 국장, 2017년 ‘MAMA’ 기자회견)인지, 수상남발인지는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한다. 그러다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상들도 생겨났다 없어지길 반복하는 중이다. 4년 전 만들어진 ‘베스트 오브 넥스트’는 여전히 신인상과 다르지 않아 보이고, 올해 신설된 ‘베스트 스테이지’ ‘노터블 어치브먼트 아티스트’ ‘글로벌 페이버릿 퍼포머’ 등은 무엇을 칭찬하는 것인지 불분명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과 보는 사람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베스트 뉴 아시안 아티스트’는 또 어떤가. 아시아 5개국 가수들이 받은 아시아 음악 부문의 ‘베스트 뉴 아시안 아티스트’와 그룹 제이오원(J01)이 받은 ‘베스트 뉴 아시안 아티스트’가 어떻게 다른지 오리무중이다. 참고로 제이오원은 일본 버전 ‘프로듀스101’의 우승팀이다. 이 정도면, 2017년 만들어졌다가 2018년 이름이 바뀌고, 2019년엔 없어졌다가 올해 다시 생긴 ‘인스파이어드 어치브먼트’는 양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럴 거면 각 상의 이름을 지은 사람에게도 그럴 듯한 상을 하나 만들어주는 게 어떨까. 당신에게 ‘월드와이드 노터블 네이밍 아티스트’ 상을 수상합니다. 짝짝짝.

▲ 그룹 오마이걸은 올해 좋은 성적을 냈지만 ‘MAMA’에서 수상하지 못했다.
■ 무관의 오마이걸

이토록 인심이 넉넉한 ‘MAMA’도 그룹 오마이걸에게는 인색했다. 오마이걸은 지난해 Mnet에서 방영한 ‘퀸덤’에서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한 그룹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올해 4월 발표한 ‘깜짝 설렜어’는 주요 온라인 음원사이트의 실시간 차트에서 수일간 1위를 차지했고, 음악방송에서도 여러 번 1위한 히트곡이다. 같은 음반에 실린 수록곡 ‘돌핀’(Dolphin) 역시 가수 아이유의 언급 이후 주목받기 시작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대중적인 인기나 음악적인 완성도 모두 나무랄 데 없는데 무관이라니,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반대로, 상을 받고도 공연을 안(못) 한 팀도 있었다. 여자 신인상을 받은 그룹 위클리다. 남자 신인상을 받은 그룹 트레저가 8분 넘게 공연한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아닌 게 아니라 올해 ‘MAMA’는 남성 가수 위주의 수상과 공연 배치로 여성 가수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라인업에 오른 21팀의 가수 가운데 남성 가수는 14팀으로 여성 가수보다 2배 많았다. 또한 걸그룹을 포함한 여성 가수들의 공연 시간을 모두 합하면 약 1시간 4분으로, 남성 가수들의 공연 시간 총합보다 1시간가량 짧았다.

wild37@kukinews.com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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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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