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1야당의 반대에 이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도 끝나며 야권의 비토권(거부권)을 무력화시키는 개정안 의결도 가시권이다.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하지만 공수처 출범을 바래왔던 이들의 마음 한 편에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당초 공수처 설치를 강하게 촉구했던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해온 공수처법 개정과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표명에 한층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한 관계자는 “현 공수처법은 검찰개혁이라는 본질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공수처와 검찰이 계속 정치적으로 이용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최근 야권을 중심으로 공수처 검사의 자격요건을 대폭 낮추는 조항이 개정안에 포함된 이유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검사를 위한 조치라는 등의 비난에 직면한 민변은 개정안 처리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피했다. 다만 민변출신인 권경애 변호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비판을 쏟아냈을 뿐이다.
여론도 나빠지는 양상이다. 지난해 패스트트랙 사건이 한창이던 2019년 3월 공수처 설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여론조사(리얼미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에서는 ‘찬성’이 65.2%, ‘반대’가 23.8%였다. 7개월이 지난 10월 조사(리얼미터,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4.4%p)에서는 ‘찬성’이 61.5%, ‘반대’가 33.7%로 조사돼 반대의견이 10%p 가량 늘었다.
다른 기관이지만 SBS가 올해 1월 발표한 조사결과(입소스코리아,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에서는 찬성이 53.5%, 반대가 41.6%로 악용우려가 더욱 커졌다. 지난 8월 16일, 공수처 설치는 아니지만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입장을 묻는 MBC 여론조사(코리아리서치,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p)는 부정평가가 51.5%로 긍정평가(41.4%)를 앞질렀다.
이와 관련 검찰권력의 견제를 위한 공수처 출범에는 찬성한다는 한 진보논객은 “지금 국회에서 논의되는 공수처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절대권력을 오히려 보호하고 보장해주는 개악”이라며 “추미애 장관의 행태를 보라. 정부여당은 지금 사기를 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아울러 “공수처는 결국 보위를 보장할 수단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내세운 검찰권력의 견제와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 근절이라는 취지와 명분은 퇴색하고, 본인들의 보신과 반대세력을 견제해 영화를 유지할 목적으로 사정기관을 길들일 도구로 전락시키는 의도만 남았다는 혹평이다. 덧붙여 “박근혜 정권의 우병우가 공수처장이 된다고 가정하면 답은 명쾌하다”며 사법농단을 넘어설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정치권에서의 우려는 더욱 크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조차 9일 논평을 통해 “공수처법과 같이 여야간 숙의와 합의로 처리되어야 할 법안은 의석수로 밀어붙이고,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의 야당 비토권을 삭제한 것은 민주당의 잘못”이라며 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강행처리과정과 개정안의 내용을 규탄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3차 유행으로 가계는 위협받고 도시마다 폐업과 도산기업이 급증하는데 보편적 재난지원금 논의는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효과도 의심스러운 선별적 재난지원금 지급을 덜컥 결정하고는 지역구 예산을 따냈다고 광고나 한다. 민생현안은 뒷전이고 권력투쟁만 일삼는 꼴”이라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비난여론이나 반대의견이 들리지 않는 듯 당당했다. 일련의 반대에 공수처 출범이 시대적 요구이며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는 식의 말만을 거듭 내놨다. 오히려 ‘소설’ 혹은 ‘가짜뉴스’라며 역공세도 취했다. 나아가 국민의 염원을 민주당이 곧 이뤄낼 것이라며 검찰개혁을 완성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준비하자고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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