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 지원 받는 리얼돌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여성혐오’ 논란

“국고 지원 받는 리얼돌 전시” 국립현대미술관 ‘여성혐오’ 논란

기사승인 2020-12-11 16:56:17
▲사진=지난 4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 중인 정윤석 작가의 작품 '내일'.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쳐 

[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이 여성혐오 논란에 휩싸였다. 해당 작품은 여성의 신체를 본딴 성인용품 리얼돌을 소재로 삼았다. 

11일 예술계에 따르면,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주최한 ‘올해의 작가상 2020’ 후보 전시회에 정윤석 작가의 리얼돌 소재로 한 작품이 지난 4일부터 전시 중이다.

정 작가는 중국 공장에서 리얼돌을 제작하는 현장과 리얼돌을 파트너로 여기며 함께 생활하는 남성을 소재로 한 장편영화·사진을 제작했다. 해당 작품은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개인들이 선택하는 삶의 모습들을 통해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개막 직후 작품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여성의 모습을 본딴 리얼돌 성기에 여성 노동자가 손을 집어넣는 모습 등이 전시됐기 때문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송모(여·24)씨는 “리얼돌에 대한 비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충분히 다른 은유적인 방법이 존재한다”라며 “사회적으로 음지에서 다뤄지던 리얼돌이 예술의 대상이 되면 여러 사람이 문화생활로 이를 소비하게 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도 “성적 착취 목적으로 만들어진 리얼돌에 대한 비판적 시각 없다”, “여성 혐오적 시각을 재생산한다”라는 취지의 비판이 줄을 이었다.  

작품을 전시한 국립미술관의 사과와 정 작가에 대한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인다. 정 작가가 후보에 오른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 수상 제도다. 후보로 선정된 작가에게 신작 지원금 4000만원이 수여되는 만큼 작품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성의당은 10일 성명을 통해 “공공성의 가치를 가져야 할 국공립 미술관으로서 의무를 위반했다”라며 “예술의 탈을 쓴 여성혐오 이미지를 시민에게 전시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성 착취를 정당화한다”라고 주장했다.

예술계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시각예술분야 여성 예술가 네트워크 ‘루이즈 더 우먼’은 같은 날 “실존하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목적으로 왜곡한 섹스돌 이미지를 통해 ‘인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그 의도부터 기만일 수밖에 없다. 작품은 포르노그래피적 재현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폭력적인 이미지의 재현은 오히려 사회적 혐오를 재생산할 뿐이며 폭력은 예술 표현의 자유를 근거로 정당화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인스타그램 캡쳐.

논란이 거세자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8일 인스타그램 채널에 “예술작품에 대한 관람객들의 비판과 논의는 충분히 가능하며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동시대 미술에서는 불가피한 면도 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작품 자체에 대해 강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해당 논란이 새로운 예술 영역에 대한 공론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윤섭 미술비평가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주제이며 아직 성숙한 공감대가 없어서 (해당 작품이 미치는) 사회적 반향과 갈등이 충분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작품의 잘잘못을 떠나 (리얼돌이라는) 새로운 성적 이미지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사회적 공감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ujiniej@kukinews.com
정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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