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정유진 인턴기자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청원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15일 오후 기준 11만7000여 명이 동의를 받아 청원 게시판 관리자가 공개를 검토 중이다.
피해 학생 어머니라고 밝힌 청원인는 지난달 28일 아들이 동급생으로부터 스파링(권투에서 실전과 같게 하는 연습 경기)을 가장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가) 기절했다고 인지한 가해 학생들은 119를 부르지도 않고 물을 뿌리고 이리저리 차가운 바닥에 끌고 다녔다”며 아들이 15일째 의식불명 상태라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가해 학생 둘 다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 아들 이전에 다른 피해자가 있었으나 변호사를 통해 큰 처벌 없이 무마된 걸로 들었다”라며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로만 끝이 나니 아무런 죄의식 없이 또 금방 풀려나리라 생각할 것”이라고 엄벌을 호소했다.
인천 중부 경찰서는 15일 가해자 2명을 폭행 혐의로 입건한 뒤 구속했으며, 기소 의견을 달고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고발하는 청원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인천에서 중학생 5명이 동급생을 집단 폭행한 후 최대 출석 정지 5일의 처분을 받자 부모가 강력한 처벌을 호소했다. 지난 9월에는 전남 영광군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동성 동급생들로부터 지속해서 성폭력을 당한 뒤 스트레스성 급성 췌장염으로 숨졌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25만20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회적 공분을 사는 학교폭력 사건이 되풀이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는 가해 학생들의 재범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단순히 처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해 학생이 본인의 잘못을 인지할 수 있도록 선도 교육·갈등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미란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부산센터장은 “가해 학생 본인이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벌을 받는다면 면죄부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경우 잘못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 학교폭력을 다시 일으킬 확률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3년간 학교폭력 가해자의 재발 건수가 늘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108건이었던 가해 학생의 재발 건수는 2017년 3250건, 2018년 3827건으로 증가했다. 가해 학생들의 97%가 특별교육을 이수하지만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은 것이다.
나아가 전문가는 피해 학생들이 학교에 돌아올 수 있도록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피해자에 대한 보호가 너무나 열악하다. 가해 학생 처벌에 집중하다 보니 피해자의 회복이 뒷전으로 밀려나는 현실”이라며 “피해자가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 파악하고 그 회복을 위해 가해 학생뿐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가 나서야 한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