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호남 표심이 요동치고 있다. 호남사람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의 입지가 흔들리는 모습이 관측됐다.
쿠키뉴스가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차기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가 18.2%로 2위, 정 총리 2.9%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대상으로 여야를 통틀어 ‘차기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이 대표는 윤석열 검찰총장(28.2%), 이재명 경기도지사(21.3%)에 이어 18.0%로 3위를 기록했다.
이 대표의 경우 올해 상반기 4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독보적인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으나, 최근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 부동산 사태 등 잇단 악재들이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이 대표의 전통적 지지층인 ‘호남’에서도 지지를 철회하는 현상이 나타나 대선 가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5~7일 한길리서치에서 진행한 ‘범여권 차기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이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지난 11월 조사(55.6%)보다 18.6%p 빠진 37.0%로 나타났다. 이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호남인들의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력한 대세론을 등에 업고 당 대표에 취임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취임 100일을 맞이했지만, 당의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역전당하는 결과가 나오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북 진안 출신으로 전북 지역구 4선을 지낸 정 총리도 여권의 ‘호남 인물론’으로 거론되는 인사 중 하나다. 최근 KTV 정책 소통 프로그램 ‘총리식당’을 맡고, 식사문화 개선 캠페인을 위한 지하철 방송에 나서는 등 대중과의 접촉면을 늘려 차기 대권 도전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영남권을 잇따라 방문해 지역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친문 핵심’ 김경수 경남지사와 만나 김 지사가 역점 추진하는 ‘동남권 메가시티’에 힘을 싣는가 하면, 포항 방문 당시 ‘포항 사위’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 총리의 광역 행보에 ‘과잉 PR’ 논란이 일며 부정적 평가가 쏟아졌다.
이러한 여권 호남 주자의 부재 속 야권 ‘호남 후보론’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특히 내년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키를 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호남 후보론’을 전면에 내세워 야권 호남 인사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서울시 인구 구성 비율에 호남지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다”며 호남사람들의 한을 풀어줘야한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김 위원장은 ‘호남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취임 직후 줄곧 호남을 찾아 민심을 달래고 ▲수해복구작업 봉사 ▲5·18 민주묘지 사과 ▲호남동행국회의원단 발족 등 ‘서진정책’에 가속을 밟았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김 위원장의 행보로 야권의 호남지대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진정성이 호남에 통하면서 여권으로 기울어져있던 선거구도가 바로잡히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인물·정책에 따른 경쟁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가운데 주목받는 야권 ‘호남인사’는 김 위원장과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포럼 이사장이다. 김 위원장은 광주 서석초등학교를 나와 광주서중을 졸업했다. 조부모의 고향도 전북 순창으로 호남권과 인연이 깊다. 김 위원장의 ‘호남행보’가 호남주자로 기반을 다지기 위해 나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장 이사장은 ‘당 밖 꿈틀이’로 불리며 범야권 대권주자로 강력 부상한 ‘호남 인재’다. 과거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역임해 국정 운영의 경험을 갖춘 데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로서 국민대통합형 차기 대권 후보로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보수색채가 짙어 호남과 영남을 아우를 수 있는 ‘국민대통합적 인물’이라는 강점으로 지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영남권으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이슈인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며 주목받았다. 또 지난달 24일 대구를 방문한 데 이어 이달 말 부산을 찾아 영·호남 통합을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정권 교체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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